'깜깜이 전략' 한국당, 자체 개헌안 언제 공개하나
"먼저 패를 깔 필요 없다"…협상력 극대화 전략 구사
다음주 개헌안 공개 입장…김무성, 사회주의개헌저지위원장 임명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 여야의 개헌 협상이 본격적으로 개시되면서 협상의 중요한 한 축인 제1야당 자유한국당의 개헌안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당이 정부·여당의 개헌안에 대해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자체 개헌안 공개 시점은 차일피일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28일 현재까지 드러난 한국당의 개헌 입장은 '분권형 대통령제'와 '책임총리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종식을 위해 대통령의 권한을 총리에게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특히 한국당은 책임총리제 확립을 위해 국회에서 총리를 선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법개혁 차원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과 경찰에 대한 영장청구권 부여 방안도 검토 사항 중 하나다.
그러나 아직 세부사항은 베일에 싸여 있다.
당초 한국당은 2월 말까지 자체 개헌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었는데, 한 달이 지나도록 대략적인 틀만 제시할 뿐 구체적인 내용은 내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수차례 개헌 의총을 열었지만, 정부·여당의 개헌 움직임을 규탄하고 헌법 전문가로부터 강의를 듣는 시간이었지 소속 의원들이 토론을 하는 과정은 아니었다.
또 김성태 원내대표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개헌안이 완성돼 있다. 조만간 공개하겠다"는 말을 반복하고 있지만, 실제로 발표 시점은 특정하지 않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전날 정강정책연설 역시 정부·여당의 개헌안을 비판하는 데 상당한 부분을 할애하면서도 정작 한국당의 자체 개헌안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입장이다.
본격적으로 협상이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굳이 '카드'를 미리 깔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만약 한국당이 먼저 개헌안을 공개할 경우 자칫 다른 야당과의 연대 전략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당은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다른 야당과 제왕적 대통령제를 종식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하고 있는데 만약 전체 내용을 공개하고 일부 개념에 대해 입장 차이가 생긴다면 연대 전략이 흔들릴 수 있는 탓이다.
토지공개념, 노동3권 확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 등은 한국당과 정의당 등 진보정당이 충돌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안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한국당이 먼저 '패'를 깔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특정 기관에 유리한 방향으로 개헌안을 내놓을 경우 상대 기관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당초 한국당 입장은 검찰의 무소불위 권한을 견제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권을 주거나 영장청구권을 부여하는 등 경찰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최근 울산지방경찰청의 울산시청 압수수색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권한 강화에 신중해야 한다는 광범위하게 퍼진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국당이 언제까지나 이 같은 '깜깜이 전략'을 구사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진정한 협상에 임하고자 한다면 자체 개헌안을 갖고 나오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국당 역시 자체 개헌안을 갖고 협상 테이블에 앉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일단 한국당은 29일 개헌 관련 회의와 30일 개헌 의총을 통해 개헌안을 구체화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늦어도 다음주 초에는 한국당의 개헌안을 국민 앞에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자체 개헌안도 없이 정부 개헌안으로 한국당을 압박하고 있다"며 "한국당이 국민 앞에 진지하게 개헌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 우리의 자체 개헌안을 내놓을 때가 됐다"고 말했다.
특히 홍준표 대표는 29일 당내 헌법개정·정치개혁특별위원들과 오찬을 하며 개헌 전략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당은 김무성 의원을 '사회주의 개헌저지 투쟁본부' 위원장으로 임명해 정부·여당 개헌안의 문제점을 부각하고 대국민 여론전에도 나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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