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사망한 러시아 전 공보장관도 타살돼"
속속 드러나는 해외 러시아인 의문사 정황
(서울=연합뉴스) 유영준 기자 = 지난 2015년 미국 워싱턴에서 사망한 미하일 레신 전 러시아 공보장관이 러시아 친정부 신흥재벌(올리가르히)이 고용한 폭력배에 의해 살해된 것으로 드러났다고 일간 더타임스가 28일 영국 전직 정보요원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대외정보국(MI6) 정보요원을 지낸 크리스토퍼 스틸은 미 당국에 레신(당시 59세)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관계가 있는 한 올리가르히가 고용한 폭력배들에 의해 심한 구타와 협박 끝에 사망했다고 미 당국에 전했다.
MI6 모스크바 지부장을 지낸 스틸은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간의 유착을 시사하는 이른바 '트럼프 X 파일'을 작성해 일약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스틸은 트럼프 파일 외에 레신의 사망에 대한 비밀보고서를 미연방수사국(FBI)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틸은 FBI에 전달한 비밀보고서에서 레신이 폭력배들에게 '죽도록 맞은 끝에' 사망했으며 폭력배들은 당초 그를 협박하려다 사망케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신은 당초 푸틴의 측근 보좌관으로 푸틴 1기 정부에서 공보장관을 지낸 러시아 미디어계의 거물이었으나 2009년 전격 해임된 후 미국으로 이주했다. 러시아의 대외 영어 국제뉴스 전문 TV 채널인 RT의 창설자이기도 하다.
레신은 사망 당시 신체 여러 부분에 손상 흔적이 있었음에도 가족들은 사인을 심장마비로 주장했으며 미 당국은 2016년 레신이 호텔방에서 추락 끝에 사망한 사고사로 결론지었다.
그러나 뉴스연예 전문 웹사이트인 버즈피드(BUZZFEED)는 지난해 FBI 관리들을 인용해 레신의 타살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사인의 고의 은폐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국과 미국 당국은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스파이 부녀 독살 시도를 계기로 그동안 발생한 의문사 러시아인들의 사망 상황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미 상원 외교위원회는 앞서 "서방은 크렘린 당국이 공개를 원치 않는 정보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발생한 모든 의문사 흔적을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0년대 중반 MI6의 모스크바 지부장을 지낸 스틸은 그동안 미 국무부에 러시아 사안에 대한 수백 건의 정보보고서를 제공했으며 레신의 사인에 대한 그의 보고서는 최소한 다른 3곳의 정보원을 통해 확인된 것이다.
또 그가 제공한 트럼프 X 파일은 미 법무부 특검팀의 조사 대상에 올라있다.
레신은 지난 10년간 영국과 미국에서 사망한, 크렘린과 연관된 10여 명의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yj378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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