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피의자 8명…김기현 시장은 수사대상 아냐"…내용은 함구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경찰의 김기현 울산시장 측근에 대한 수사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울산을 넘어 전국적인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김 시장을 6·13 지방선거 시장 후보로 낙점한 자유한국당은 "정권의 비위를 맞춘 표적수사"라고 날을 세우고, 경찰은 "원칙에 따른 수사"라고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당이 경찰을 '미친개'나 '미꾸라지'에 비유하면서 양측의 갈등이 점입가경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이번 논란과 갈등은 김 시장 가족과 측근을 대상으로 하는 고소·고발과 진정, 이에 따른 경찰의 수사로 촉발됐다.
경찰은 김 시장 주변인과 관련된 수사 3건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현재 8명을 피의자로 입건한 상태다.
결과적으로 김 시장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가 이뤄지는 셈인데, 경찰은 "김 시장은 수사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긋고 있다.
경찰은 선거에 미치는 여파를 우려해 수사 내용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까지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수사 중인 3건이 어떤 사건이고 쟁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 '30억원 용약계약서' 논란 휩싸인 시장 동생
경찰은 김 시장 동생 등이 울산시 북구의 아파트 건설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고소·고발에 따라 동생 A씨, 형 B씨, 울산시체육회 관계자 등 4명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2014년께 한 건설업자와 A씨가 '아파트 시행권을 확보해 주면 그 대가로 A씨에게 30억원을 준다'는 내용의 용역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이 과정에서 A씨가 김 시장 동생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실제로 아파트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했는지가 이 사건 수사의 핵심이다.
당시 아파트 시행권은 다른 시행사에 넘어갔고, 용역계약서에 따른 금전도 오가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씨 소환 조사를 추진했으나, A씨가 불응하자 지난달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행방이 묘연하던 A씨는 지난 27일 경찰에 자진 출석했다.
A씨는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는 데다, 담당 수사관이 이전에 이번 일로 몇 차례 공갈과 협박을 했던 사람이어서 억울함과 두려움에 조사에 응할 수 없었다"고 그동안 자취를 감춘 이유를 밝혔다.
실제로 이 사건 담당 수사관이었던 B씨가 3년 전 시장 비서실장의 형 C씨를 찾아가 "일이 잘 해결되지 않으면, 시장 동생이 힘들어지고 당연히 시장 비서실장인 당신 동생도 힘들어진다. 일이 잘 해결되도록 동생에게 잘 말해달라"고 협박했다는 폭로를 C씨가 최근 하기도 했다.
C씨는 B씨를 협박과 청부수사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은 수사 공정성에 대한 시비의 소지를 없애고자 B씨를 수사팀에서 제외했다.
이 사건 열쇠를 쥔 A씨 등장으로 수사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그에 따라 지지부진했던 수사가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
◇ '레미콘업체 선정 강요' 의혹받는 시장 비서실장
울산경찰청은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특정 레미콘업체 선정을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김기현 울산시장의 전 비서실장 D씨를 입건하고, 지난 16일 시청 비서실과 건축 관련 부서 등 5곳을 압수 수색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또 다른 울산시청 공무원, 레미콘업체 관계자 등 2명도 같은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경찰은 혐의 내용을 일절 함구하고 있지만, D씨가 특정 레미콘업체의 요구로 북구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 압력을 행사한 정황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씨의 입김으로 실제 건설현장에 레미콘을 납품했거나 납품계약을 체결한 업체가 배제되고, 특정 업체가 물량을 넣은 사실이 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에 대해 D씨는 기자회견을 열어 "피해를 봤다는 사람이 없는데 울산경찰청은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면서 "사건과 아무 연관이 없는 시장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봤고, 퇴직을 앞둔 시청 공무원들이 명예훼손을 당했다"고 경찰을 성토했고, 지난 27일에는 사직 의사를 밝혔다.
특히 한국당은 김 시장의 공천이 확정된 지난 16일에 경찰이 시장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을 두고 "당 차원에서 결의를 다지는 그 날 오후, 경찰은 시장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비서실을 압수수색하며 소금을 뿌렸다"면서 "경찰의 기획·공작수사를 신뢰할 수 없으니 사건을 검찰로 이관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 '편법 정치후원금 수수 연루 의혹' 시장 친척
경찰은 '김 시장 측이 국회의원이던 2014년 편법으로 후원금을 받았다'는 진정서에 따라 수사를 벌이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는 김 시장의 친척인 E씨가 알선수재 혐의로 입건된 상태다.
진정인은 편법을 동원해 김 시장 후원회 계좌에 수천만원을 보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사람이 1년에 500만원이 넘는 후원금을 낼 수 없도록 규정한 정치자금법을 피하고자 회사 직원과 가족의 이름으로 수백만원씩 나눠 후원했다는 것이다.
이 후원금과 별도로 일련의 과정에서 역할을 한 E씨는 진정인이 운영하는 기업체에서 월급 형식으로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김 시장 측이 받은 후원금과 A씨가 받은 돈 모두 한 대기업의 청탁 민원을 해결한 대가라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지만, 경찰은 이와 관련해선 아직 확인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E씨가 소환 조사에 불응하자 최근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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