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北최고위급 방중설에 긴장감 도는 인민대회당…취재·출입 통제
북한 측 인사 이동 맞춰 외신 취재진 검문…소지품 검사까지 진행
(베이징=연합뉴스) 김진방 특파원 = 중국 베이징 시내 곳곳에서 북한의 특급 열차와 북한 인사 호위 행렬이 목격되면서 북한 최고위급 인사 방중설이 도는 가운데 26일 저녁 중국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 북한 대사관 차량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며 관심을 집중시켰다.
북한 대사관 차량을 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오후 7시 30분(이하 현지시간)께 도착한 인민대회당은 지난주 막을 내린 중국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때보다 더 긴장감이 감돌았다.
지하철 출구에서부터 최고 수준의 검문·검색이 이뤄졌고, 고위급 인사가 인민대회당을 출입할 때 사용하는 북문은 100여m 밖에서부터 일반인의 접근이 통제됐다.
공안의 눈을 피해 인민대회당 북문 건너편 톈안먼(天安門) 서쪽 인도로 자리를 옮겨 카메라를 통해 확인한 결과 북한 측 차량으로 보이는 20여대의 세단과 미니 버스 3대, 구급차 2대가 북문 광장에 주차된 모습이 포착됐다.
길 건너에서 바라보는 인민대회당 안은 평소와 달리 운전기사와 행사 진행 요원들로 북적였다.
북문 건너편 인도에도 사복을 입은 공안과 무경 수십 명이 삼엄한 분위기 속에 순찰과 경계를 서고 있었다. 대신 북문 앞쪽의 공안들처럼 촬영을 막거나 신분증 검사를 하지는 않았다.
일부 취재진은 노트북을 펴놓고 기사를 송고하거나 카메라를 이용해 인민대회당 북문 주변을 촬영하기도 했다.
오후 9시가 되자 낮에 베이징 시내에서 북한 측 차량을 호위하던 사이드카 20여 대가 인민대회당 북문 앞으로 집결했다. 사이드카가 도착하자 북문 광장에 주차된 차량 앞으로 운전기사로 보이는 실루엣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이드카 행렬을 찍으려는 취재진도 분주하게 셔터를 눌러댔다. 경비를 서던 공안들도 덩달아 취재진 주변을 서성이며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사이드카가 도착하고 한 시간여가 지난 오후 10시 5분께 갑자기 공안들이 취재진을 한곳으로 모았다. 연합뉴스 기자도 노트북으로 사진을 보내던 중에 공안의 지시를 받고 부랴부랴 짐을 챙겨 톈안먼 서쪽 검문소로 내쫓겼다.
취재진이 모두 검문소 안에 모이자 사이드카 행렬이 먼저 출발했고, 그 뒤를 따라 인민대회당 북문에서 나온 북한 측 차량이 줄을 지어 따라갔다.
북한 측 차량이 빠져나갈 때는 모든 취재진이 공안의 통제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취재진은 없었다. 유일하게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은 톈안먼 안쪽에서 관광하던 중국 현지인 몇몇뿐이었다.
공안은 차량 행렬이 모두 인민대회당 북쪽 창안제(長安街)를 벗어날 때까지 취재진의 가방과 소지품을 검사했고, 여권과 외신기자증에 적힌 이름과 여권 번호 등을 수첩에 적었다.
또 위법한 취재행위에 대한 단속 차원에서 이 같은 조처를 한다는 안내를 끊임없이 반복했다. 공안들은 마치 시간을 끌려는 듯 10여 명의 기자 한 명 한 명을 상대로 같은 절차를 되풀이했다.
북한 차량 행렬은 20여 분이 지난 뒤 오후 10시30분께 중국 국빈관인 댜오위타이(釣魚臺) 동문에서 목격됐다.
그 시간까지도 공안에 억류된 취재진은 풀려나지 못하다가 오후 10시 40분께야 겨우 허무맹랑한 검문·검색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chin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