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돌려달라"…국가에 강제불임수술 당한 70대 日노인의 외침
(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아이가 왜 생기지 않는지 모르고 괴로워했습니다. 내 몸과 인생을 돌려줬으면 좋겠습니다."
25일 도쿄 시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70대 남성은 이렇게 말하며 국가로부터 유린당한 자신의 억울한 삶을 돌아봤다.
26일 도쿄신문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일본 내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강제 불임수술의 피해자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48~1996년 시행된 '우생보호법'을 기초로 지적 장애인, 정신질환자, 유전성 질환자 등에 대해 본인의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불임수술을 실시했다.
법 시행의 아이디어를 준 것은 나치 독일의 '단종법'이었다. 우생보호법에는 '불량한 자손의 출생을 방지한다'는 취지가 적혀 있었고, 일본 정부는 법 시행 과정에서 신체 구속, 마취약 사용 등을 통해 속여서 수술을 하는 것도 용인했다.
이 법을 통해 실시된 불임수술은 2만5천건으로, 이 중 1만6천500건은 본인의 동의 없는 강제 수술이었다.
기자회견에 나선 이 70대 남성은 자신이 불임수술을 받았는지도 명확히 모른 채 아이를 '만들지' 못하는 것에 대해 괴로워했다고 했다.
남성은 1957년 센다이(仙台)의 아동보호시설에 입소해 있을 당시 시설 직원의 손에 이끌려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병원이나 직원은 어떤 수술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생전 누나로부터 "동생이 받은 수술은 불임수술이라는 얘기를 부모에게서 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뿐이었던 그는 최근에서야 병원에서 하복부에 불임수술의 흔적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일본에서는 올해들어 우생보호법을 통한 불임수술 시행 실태가 언론과 시민단체들을 통해 공개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과 정부 차원의 사과 문제가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 1월 피해자인 60대 여성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처음 제기한다고 밝혔고, 전날 기자회견을 한 남성 역시 이달 중 비슷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문제와 관련해 일본 정부는 당시 법률상 문제가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어 피해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후생노동성은 지난 1월 제기된 60대 여성의 소송과 관련해 '우생보호법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발의해 제정된 법률'이라며 법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주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웨덴과 독일의 경우 비슷한 법률로 불임수술이 시행됐지만, 후에 국가 차원에서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배상을 실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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