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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떠올리는 제주 4·3…국가폭력의 비극을 보다(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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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서 떠올리는 제주 4·3…국가폭력의 비극을 보다(종합)
'잠들지 않는 남도'展, 29일 성북예술창작터 등 서울 일대서 개막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붉은 동백꽃 하나가 툭 떨어진다. 동백나무숲 넘어, 저 멀리 눈 쌓인 들판에는 꽃잎일지, 핏자국일지 모를 흔적이 남아 있다. 화가 강요배의 그림 '동백꽃 지다'는 동백이 만발했을 1948년 봄부터 제주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학살된 비극을 담은 작품이다.
사람들은 수십 년간 제주 4·3에 침묵하도록 강요받았다. 1980년대 말부터 대학가를 중심으로 제주 4·3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어났다. 노래패에서 활동하던 22살 안치환이 "그 섬에서 슬프고 두렵고 외로웠을 그들"을 위한 민중가요 '잠들지 않는 남도'를 만든 것도 그즈음이었다.
"외로운 대지의 깃발 흩날리는 이녁의 땅 / 어둠살 뚫고 피어난 피에 젖은 유채꽃이여 / 검붉은 저녁 햇살에 꽃잎 시들었어도 /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라 / 아아 반역의 세월이여 / 아 통곡의 세월이여 / 아 잠들지 않는 남도 한라산이여."
'잠들지 않은 남도'가 울려 퍼지기 시작하고도 다시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제주 4·3의 많은 부분은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다. 김준기 제주도립미술관장의 설명처럼 제주 4·3을 "빨갱이들이 대한민국 정부를 반대한 운동"으로 손가락질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제주 4·3 자체를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올해로 70주년을 맞은 제주 4·3의 비극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전시 '잠들지 않는 남도'가 29일부터 서울 일대에서 열린다.
성북예술창작터와 성북예술가압장, 이한열기념관, 대안공간 루프, 공간41, d/p 등 전시공간 6곳에서는 탐라미술인협회 작가를 포함해 국내 작가 33명의 평면, 입체, 미디어, 설치 등 다양한 작품을 소개한다.
김 관장은 26일 서울 종로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제주 4·3이 반(反) 분단 운동으로서 명예회복을 할 때가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라면서 "이번 전시를 계기로 서울 시민에게도 4·3과 그 미술을 알리고 싶다"고 설명했다.



성북예술창작터와 성북예술가압장에서 열리는 '너븐숭이의 유령' 전은 하루 만에 가장 많은 주민이 학살당한 북촌 너븐숭이를 제주 4.3의 상징적인 공간이자 시작점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당시 피해자의 영혼뿐 아니라 그 너머의 4·3 정신이 지금도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채 떠돌거나 흐르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한열기념관의 '바람 불어 설운' 전은 제주 4·3과 1987 민주화 항쟁을 연결하면서 국가 권력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고통의 인식과 극복을 이야기한다. 전시공간에서는 예술굿을 통해 고통의 기억과 치유를 시도하는 작품이 펼쳐진다.
대안공간 루프에서는 제주 4·3의 아픔과 상처를 표현한 전시 '1948, 27719, 1457, 14028, 2018'과 함께 퍼포먼스, 강연, 대담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대안공간 루프의 양지윤 디렉터는 "전시에 등장한 수는 시대에 따라 변했던 희생자 규모를 뜻한다"라면서 "제주 4·3이 (정권에 따라) 축소되거나 은폐됐고, 그 맥락 또한 그 맥락 또한 왜곡되고 변질돼 왔음을 말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공간41은 '잃어버린 말'이라는 제목 아래 지난 70년간 규명되지 못한 학살의 진상들을 보여주면서 고통으로 말문을 닫았으나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지역 작가들의 작품도 전시한다.
d/p에서는 제주 4.3이 뭍으로 확산하지 못한 지점은 무엇인지 고민한 결과물들을 전시로 펼쳐 보인다.
이번 전시는 제주 4·3만이 아니라 노근리 등 우리 근현대사에서 국가폭력이 빚어낸 비극들을 전반적으로 반추하는 자리다.
제주도립미술관은 "제주 4.3 항쟁의 조명과 진상규명을 넘어 대한민국 역사의 보편적 문제로 인식을 확장하고 인권, 평화의 미학적 담론들을 형성하고자 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4월 29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는 4·3 70주년 특별기획전 '포스트 트라우마'와 연계해 열린다.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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