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기운 완연한데 미세먼지 때문에…한산한 서울 도심
고속도로 정체는 오후 5∼6시 절정…9∼10시 해소 예정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25일은 모처럼 포근한 휴일이었지만,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탓에 서울 도심은 비교적 한산했다.
서울에는 전날 오후 8시를 기준으로 초미세먼지(PM-2.5) 주의보가 발령된 데 이어 종일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을 보였다.
마스크를 쓴 시민들은 남산이나 한강공원 등 실외 명소 대신 실내 쇼핑몰이나 백화점, 극장 등에서 주말을 보냈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은 외출 계획을 아예 취소하고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7살 딸을 둔 회사원 강모(34·여)씨는 "애가 어린이 박물관에 가자고 졸랐고 나도 휴일에 바깥 공기를 쐬고 싶었지만, 미세먼지에 흐린 하늘을 보니 그러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졌다"면서 "집 앞 슈퍼에서 찰흙을 사와 아이와 종일 집에서 만들기 놀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맞벌이라 주말만큼은 아이와 뛰놀며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은데, 하늘까지 안 도와주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근영(37)씨는 "오늘 가게 쉬는 날이어서 오토바이 타고 혼자 캠핑을 떠나려고 했는데 미세먼지가 너무 짙어 명이 짧아질 것 같아 포기했다"면서 "그냥 종일 집에서 잠이나 자는 게 상책인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지난해 6월 태어난 아들과 함께하는 첫봄을 맞은 서울 영등포구 주민 조모(33·여)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을 포기하고 집에서 책을 읽어주며 주말을 보냈다.
조씨는 "매일 아침 미세먼지 예보를 보고 아이와 외출할지 결정한다"며 "요즘 날이 따뜻해졌는데도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을 못 하는 날이 많아 아쉽다"고 말했다.
미세먼지에도 도심 광화문에서는 상복부 초음파검사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을 요구하는 방사선사의 집회가 열렸다. 마스크를 쓴 채로 집회에 참가한 이들은 방사선사의 초음파검사에도 급여가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안을 재검토해달라고 외쳤다.
또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프로 야구 경기가 열린 잠실구장에서는 관람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응원전을 펼쳤다.
한편 전국 고속도로는 지난주와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하루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차량을 총 390만대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주 일요일(391만대)과 비슷한 수준으로 최근 4주 주말 평균(371만대)보다 다소 많은 수치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 경부고속도로 서울 방향 23㎞, 부산 방향 4㎞ 구간에서 차량이 제 속도를 못 내고 있다. 또 영동고속도로 인천 방향 10㎞,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10㎞, 서울양양고속도로 서울 방향 11㎞ 구간 등에서 정체를 빚고 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수도권에서 지방 방향으로 나가는 차량 39만대 가운데 20만대가 빠져나갔다. 또 지방에서 수도권으로 들어오는 차량 43만대 가운데 20만대가 들어왔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고속도로 정체는 오후 5∼6시 정점에 달했다가 오후 9∼10시 사이에 해소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kih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