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리는 퀴어 영화…호평 또는 평점 테러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흥행 열기…'120BPM'은 무차별 평점 테러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영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극장가에 흥행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개봉 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팬덤을 형성한 이 작품은 개봉일인 지난 22일 불과 175개 스크린에서 상영돼 1만1천여 명을 불러모으며 '리틀 포레스트' '치즈인더트랩'을 제치고 박스오피스 4위를 기록했다. 개봉 이틀째인 23일에도 1만2천819명을 추가하며 순위를 유지했다. 청소년관람 불가 등급에다 아트영화인 점을 고려하면 호응이 뜨거운 편이다.
이 작품은 198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17살 소년 엘리오와 24살의 청년 올리버의 사랑을 섬세하게 그린 퀴어 영화다. 동성 간의 사랑을 다루지만, 첫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에 더 초점을 맞춘다. 소년 엘리오의 시선으로, 사랑에 빠진 소년의 달뜬 감정을 감각적으로 그렸다. 원작은 안드레 애치먼의 소설 '그해, 여름 손님'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받았고, 엘리오 역을 맡은 배우 티모시 섈러메이(23)는 아카데미 사상 최연소로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비거 스플래쉬' , '아이 엠 러브' 등을 선보인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신작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보편적인 사랑의 설렘과 터질 듯한 긴장감을 잘 그려낸 대단히 로맨틱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 작품은 특히 20대와 여성 관객의 지지를 받고 있다.
CGV리서치센터가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개봉일 관객층을 연령별·성별로 분석한 결과 20대 비중은 53.1%로, 같은 기간 20대 전체 관객 비중(38.9%)보다 월등히 높았다. 여성 비중은 80.8%에 달했다. 관객 10명 중 8명은 여성이라는 얘기다. 나 홀로 관객 비중도 60.8%로 동기간 1인 관객 비중(28.9%)보다 배 이상 높았다.
이런 현상은 그간 흥행에 성공한 퀴어 영화들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난다. 2016년 개봉해 32만 명을 동원한 '캐롤', 지난해 2월 상영돼 18만 명이 관람한 '문라이트' 역시 20대 및 여성 관객, 1인 관람객 비중이 높았다.
CGV리서치센터 관계자는 "퀴어 영화들은 보편적인 로맨스 영화보다 주인공 내면의 반응을 더 섬세하고 다양하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면서 "그런 섬세한 감정 표현이 여성 관객에게 어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120BPM'은 네티즌들로부터 무차별적인 평점 테러를 당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87년 출범한 에이즈 운동단체 '액트 업'(Act Up) 소속 프랑스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퀴어영화다. 에이즈 감염자의 인권보호 활동을 펼치면서,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나는데도 별다른 치료제를 내놓지 않는 정부와 제약회사를 상대로 한 투쟁기를 그린다. 지난해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수작이다. 이 영화의 네이버 네티즌 평점은 2.55 점이다. 개봉 전부터 평점에 참여한 네티즌 4천200여 명 중 81%가 10점 만점 중 1점을 매겼다.
이 영화의 배급사 엣나인필름의 정상진 대표는 "퀴어 영화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민감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 (평점 테러를) 어느 정도 예상했다"면서도 "실제 영화를 본 관객들은 호평하고 있다"고 전했다.
윤성은 평론가는 "액트업 활동가들의 활동과 병,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다루고 있다 보니 어둡고 우울한 측면이 강렬해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면서 "그러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과 결이 다를 뿐 사랑과 이별의 본질은 똑같이 담겨있다는 측면에서 평점 테러를 당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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