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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뜨거운 안녕…MBC '무한도전'이 남긴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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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만에 뜨거운 안녕…MBC '무한도전'이 남긴 것들
매번 새 기획으로 예능 포맷 선도…멤버 영향력·팬덤 커지며 명암도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MBC TV 간판 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오는 31일, 12년 만에 멈춘다.
2006년 시작해 파업이나 재정비를 위한 짧은 휴식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쉼 없이 달려온 '무한도전'은 국내 예능사(史)에 가장 큰 획을 그은 프로그램으로 꼽힌다. 그 위치에 걸맞게 출연진은 모두 톱스타가 됐고, 프로그램 팬덤도 막강하다.



◇ 추격전부터 '토토가'까지…김태호 PD의 쉼없는 실험
'무한도전'의 등장 전까지 국내 예능계는 스타 게스트에 의존한 토크쇼 등 소수의 정형화된 포맷만이 대다수였으나, '무한도전'의 히트 후 대부분이 리얼 버라이어티로 변모했다.
특히 '무한도전'의 선장 김태호 PD는 쉼 없는 촬영에도 지치지 않고 계속 새로운 기획에 도전했다. 프로그램 초기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와 '여드름 브레이크' 편에서 보여준 추격전과 두뇌 싸움은 현재까지도 다른 예능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포맷이다. '무인도 특집', '명수는 12살'처럼 고정 멤버들의 개인기에 의존해 즉석에서 프로그램을 풀어나가는 방식, 외국 드라마 오디션이나 패션쇼 도전 등 '맨땅에 헤딩' 같은 내용 역시 그렇다.
참신한 기획들로 팬덤을 구축한 김태호 PD는 이후에는 자체 가요제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 등 대형 프로젝트도 연이어 성공시키면서 예능뿐만 아니라 가요계를 포함한 연예계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일본 우토로 마을과 하시마섬을 찾은 삼일절 특집과 랩으로 역사를 기억한 '위대한 유산' 편은 사회적으로도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밖에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 프로골퍼 미셸 위, 미국 사교계 스타 패리스 힐튼, 이종격투기 챔피언 표도르 예멜리아넨코, 축구선수 티에리 앙리, 농구선수 스테판 커리, 코미디언 잭 블랙, 복서 매니 파키아오 등 외국 스타들도 '무한도전'을 거쳐갔으며 '백세인생'의 가수 이애란처럼 국내 깜짝 스타도 다수 탄생했다.
'무한도전'은 시청률 역시 '이산특집' 등으로 전성기를 누렸던 2008년 무렵 30%까지 찍으면서 고공행진을 했다. 최근에는 회차가 쌓이고 시청 환경이 바뀌면서 전성기에는 한참 못 미치는 10%(닐슨코리아) 정도 수준이지만, 골수 팬덤의 지지 속에 화제성만큼은 변함없이 다른 예능을 크게 앞섰다.



10년 이상 이어진 방송에 김태호 PD가 여러 차례 누적된 피로를 호소해왔지만 새로 오는 MBC 경영진마다 만류했던 것도 '무한도전'이 MBC를 상징하는 부분과 광고 수익 등 가져다준 것들이 측정할 수 없을 만큼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 파업 후 새로 취임한 최승호 사장은 김태호 PD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물론 MBC 입장에서는 '무한도전'이라는 타이틀을 계속 가져가되 제작진과 출연진을 일부 교체하는 카드가 좋았겠지만, '무한도전'의 상징성과 몸집이 너무 큰 현실을 깨닫고 결국 마침표(또는 긴 쉼표)를 찍었다.
그래도 아쉬웠던 MBC는 "3월 말 이번 시즌을 마감하고 휴식기를 갖기로 했다. 가을 이후 김태호 PD가 '무한도전' 새 시즌 또는 아예 새 기획으로 돌아올 예정"이라고 시즌2에 대한 가능성을 언급하며 스스로와 팬들을 달랬다.



◇ 각자 '톱'이 된 멤버들에 화력 센 팬덤으로 인한 명암
'무한도전'의 얼굴인 유재석을 비롯해 프로그램 초기부터 함께한 멤버들은 한 명씩 놓고 봐도 '특급 예능인'들이다. 일단 유재석부터가 '무한도전' 덕분에 '국민MC'로 성장할 수 있었다.
'2인자'를 자처한 박명수는 '무한도전' 밖에서 1인자가 된 지 오래고 정준하와 하하 역시 가장 '핫'한 예능인들이다. 이밖에 '무한도전'을 거쳐간 정형돈, 노홍철 등도 각자 최고의 자리에 오른 것과 다름없다.
하지만 이렇게 각각 멤버들이 비대해지면서 지분도 커지다 보니 그림자도 생겨났다. 음주운전 등 물의나 건강상 문제로 멤버들이 하나씩 하차할 때마다 프로그램은 크게 출렁였다.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끌어가기 위해서는 6명이 최적의 인원이었지만 빈자리를 채우려 하면 화력 센 팬덤이 매번 들고 일어났다. 오죽하면 팬덤에 '시어머니'란 별명까지 붙었을 정도다. 이에 제작진은 '식스맨 특집'을 통해 광희를 선발하거나, 최근 합류했던 조세호나 양세형처럼 장기간 게스트로 출연시켜 시청자에게 친숙해지게 한 뒤 정식멤버로 받아들이는 방식을 쓰는 등 다양한 고민의 결과물을 내놨다.
그러나 어렵게 멤버들을 채우더라도 서로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고, 각자 몸집이 비대해진 탓에 초반처럼 '날 것' 그대로의 팀워크로 굴러가지만은 않는 모습도 이따금 노출됐다. 20~30대에서 출발한 멤버들이 40대가 되면서 순발력과 패기가 떨어지고 점점 움직임이 적은 기획을 선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 사이 국내 예능의 상징이 된 이 프로그램은 사소한 논란에도 때때로 부침을 겪으면서 제작진과 출연진뿐만 아니라 시청자의 피로도에도 가중치가 붙었다.



그럼에도 '무한도전'은 12년간 쌓은 제작 노하우와 팀워크를 바탕으로 마지막까지 '토토가3-H.O.T.편'이나 여자 컬링 국가대표들과의 대결 등 굵직한 에피소드를 연이어 보여주며 힘을 과시했다.
지상파의 한 예능 PD는 24일 "'무한도전'은 다른 예능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을 부정할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덕분에 소리없이 종영하거나, 사고 쳐서 끝내거나, 비판 속에 마치는 대부분의 예능과 달리 마지막에도 박수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무한도전'은 피로가 많이 누적된 모습을 보여줬다"며 "'무한도전' 종영을 계기로 시즌제 도입 등 지상파 장수 예능에 대한 장기적인 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lis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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