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권 회복" 여권 바꾸는 영국… 제작은 유럽 맡겨 '아이러니'
현 진홍색서 내년 10월부터 진청색으로 변경
'EU 경쟁법' 규정에 따라 프랑스·네덜란드 업체로…브렉시트 지지자들 '부글'
(런던=연합뉴스 ) 박대한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이른바 브렉시트(Brexit) 이후 제작될 진청색 여권을 정작 유럽업체가 제작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영국 내 브렉시트 지지자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고 영국 진보 일간 가디언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프랑스와 네덜란드에 기반을 둔 업체인 젬알토(Gemalto)가 영국 업체인 들 라 루(De La Rue)를 제치고 4억9천만 파운드(한화 약 7천440억원) 규모 일감의 영국 새 여권 제작업체에 사실상 선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지난해 말 현재 쓰고 있는 진홍색 여권 표지를 브렉시트 이후에는 원래 쓰던 진청색 여권 표지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 10월 이후 신규 여권 또는 연장 신청부터 진청색 여권을 받게 된다.
메이 총리는 이같은 변화가 브렉시트 이후의 영국과 독립과 주권의 회복을 상징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영국은 수십년간 써오던 진청색 여권을 1980년대 대처 내각 시절 진홍색으로 바꿨다.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 회원국들이 대부분 진홍색 여권을 택하자 이에 동참하기로 한 것이다.
현행 EU 규정에는 회원국의 여권 색깔과 관련해서는 아무런 명시된 규정은 없다.
브렉시트 지지자들은 정작 자주권 회복 차원에서 진청색 여권으로 돌아가기로 한 마당에 이를 자국 업체가 아닌 해외업체에 맡기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브렉시트 지지 정치인인 프리티 파텔은 이같은 결정이 그릇됐다고 비판했다.
브렉시트 반대 단체의 한 관계자는 "새 진청색 여권은 의지의 표현으로 여겨져 왔는데 프랑스나 네덜란드에 있는 업체가 만든다고 한다. 비현실적인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새 여권 제작을 외국업체에 맡기게 된 것은 EU 경쟁법에 따른 것이다. EU 회원국은 대규모 공공조달 계약을 체결할 때 EU 전역에 있는 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내무부는 아직 업체가 결정되지 않았지만 외국업체가 여권을 제작하더라도 안보나 운영상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pdhis95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