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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법원장 권한 분산, 사법발전위서 적극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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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대법원장 권한 분산, 사법발전위서 적극 논의해야

(서울=연합뉴스) 사법개혁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제한 또는 분산하자는 논의도 법원 안팎에서 일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대법원에서부터 대법원장 권한을 분산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검토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일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보고를 통해 대법관 제청절차 개선 차원에서 대법원장이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에 대법관 후보자를 제시하는 권한을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 규칙' 가운데 '대법원장은 대법관 제청대상자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천위에 심사 대상자로 제시한다'는 규정을 삭제할 방침이다. 대법원장은 그동안 이 조항을 근거로 대법관후보 추천위원회에 자신이 원하는 대법관 후보를 제시해 왔다. 대법관후보 추천위가 3배수 이상의 후보자를 대법원장에게 추천하고, 대법원장이 이중 적임자를 대통령에게 제청하는 대법관 임명 절차가 있지만, 대법원장이 추천위에 후보를 제시할 경우 이 후보가 낙점되는 경우가 많아 추천위는 들러리 역할에 그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9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대법관 제청권 등 인사권한 행사 때 대법원장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면서 "대법관 후보자를 추천하는 대법관추천위원회의 논의에 일절 개입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11월 말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할 때도 추천위에 이 권한을 행사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그 근거 규정마저 삭제해 제도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하지만 추천위원 10명 중 대법관 2명과 법관 1명 등 법원 측 위원이 3명에 달하고, 법조 외부인사 3명도 대법원장이 임명하도록 규정돼 있어 대법원장의 개입 근거 규정이 삭제되더라도 대법원장의 의중을 반영할 통로는 얼마든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대법원장의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으려는 시도가 효과를 거두려면 대법관후보 추천위원 정수를 현행 10명에서 15명 정도로 확대하고, 일부 위원은 국회나 법학계 등이 지명하도록 해 다양화 할 필요가 있다. 또 추천위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제청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회의 내용 일부도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 문제는 대법관 후보 추천문제뿐만이 아니다. 대법원장의 일반 법관에 대한 인사권과 사법행정사무에 대한 지휘·감독권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청와대가 22일 발표한 대통령 개헌안에도 대법원장 권한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눈길을 끈다. 기존에 대법원장이 행사한 헌법재판소 재판관 3인, 중앙선거관리위원 3인의 선출권을 대법관회의로 이관하고, 일반 법관은 법관인사위원회의 제청과 대법관회의의 동의를 거쳐서 대법원장이 임명토록 하는 안이 그것이다. 조 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전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동향을 파악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항소심을 전후해 청와대와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은 대법원장이 인사권을 무기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한 것을 보여준다"며 사법개혁 필요성을 제기했다. 3권분립이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란 점에서 행정부가 사법부 개혁에 직접 개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사법부를 바라보는 여권 핵심의 시선을 내비친 것이란 점에서 흥미를 끄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 대법원장은 지난해 10월 25일 취임 한 달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에 대해 많은 고심을 하고 있으며, 여러 위원회를 통해 권한 분산·행사 방안을 연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사법개혁 방안을 대법원장에 건의하는 역할을 맡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가 16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만큼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을 분산시킬 구체적인 개혁방안도 핵심 의제로 설정해 논의를 진전시켜 나갈 때가 됐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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