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요통 환자 5억4천만명…효과 별로 없는 값비싼 시술 만연(종합)
전문가들, 역효과 많고 돈벌이 전락한 시스템 개혁 촉구
단편적 치료·생체의학에만 의존 벗어나 생활습관 등 총체적 접근 필요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세계적으로 요통 환자가 급증하고 있으나 많은 경우 치료에 도움에 되지 않고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는 값비싼 시술이 만연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근래 요통 관련 논문을 시리즈로 다뤄온 세계적 의학전문지 랜싯은 최신호에서 국제학자들이 공동으로 쓴 논문 3편을 싣고 개혁을 촉구했다.
이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약 5억4천만 명이 요통에 시달린다. 요통은 가장 큰 신체장애 요인 중 하나다. 이는 국가 소득수준과 관계없이 비슷하다. 요통으로 인한 노동시간 등의 손실이 25년 동안 54% 증가했다. 영국의 경우 손실 일수가 연간 1백만일이 넘는다.
인구 고령화와 비만자 증가 등으로 인해 앞으로 요통 환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부분 사람은 중년까지 한 번 이상 요통을 경험한다. 그런데 대부분 의료진도 원인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른다. 원인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의학적으로 말하면 '무엇인가가 손상을 일으켜 요통이 발생'했지만, 그 '무엇'을 확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전체 중에서 극히 일부만 감염이나 암 등 심각한 질환과 척추 부상 등 원인이 분명한 것이다.
물론 비만, 흡연, 운동부족, 자세 불량 등 좋지 않은 생활습관과 관련성은 있다. 또 대부분의 경우 통증이 오래가지는 않고, 3명 중 1명 정도는 1년 이내에 재발한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해로운 수술, 주사, 위험한 아편성 진통제 등을 처방받고 있다는 점이라고 논문 저자들은 지적했다.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 등 각종 촬영 검사로 원인을 조사하는 일은 부작용이 많다. MRI는 통증의 원인은 아닐 수 있는 신체의 형태적 이상을 잡아내긴 하지만 영상촬영은 흔히 수술을 비롯한 여러 시술로 이어진다.
하지만 그간 나온 많은 의학 연구 결과들은 척추 추간판(디스크) 융해나 인공 디스크 삽입수술, 주사제 투입 등이 도움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음을 증명해준다.
비싼 첨단 치료술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악화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는 경우가 너무 많다. 휴식이 최선이라는 잘못된 믿음도 만연해 있다.
이에 따라 '세계적 차원의 대규모 의료과실'이 빚어지는 셈으로 비판받는다. 일부 국가에선 원인을 설명할 수 없는 요통의 치료가 의사와 병원들의 매력적인 사업이 되어 있다고 논문 저자들은 꼬집었다.
영국 등 공공건강보험이 강력한 나라들에 비해 미국 같은 의료체제를 갖춘 곳에선 이른바 값비싼 그리고 이른바 첨단 시술이 매우 많이 시행된다.
이들은 요통을 앓는 사람들의 상태 호전에 진짜 필요한 것은 대체로 운동이며, 직장이나 정상적 삶으로의 조기 복귀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이제는 각국 정부와 보건의료계 지도자들이 공동으로 제대로 된 요통 치료와 관리의 기준을 명확하고 강력하게 제시하고 실천해야 한다고 밝혔다.
요통에 대한 보건의료인과 환자, 언론과 대중의 오해를 바로잡는 한편 단편적 치료법과 생체의학적 방식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생활습관, 질병과 치료에 대한 인식과 문화를 바꾸는 것을 포함해 총체적 대책이 필요한 만성질환 중 하나로 여기는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나아가 현 상태와 기득권을 유지하는, 견고하면서도 역효과가 많은 금전적 보상과 인센티브 시스템 등의 제도적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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