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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일 중국에 초강력 '관세 패키지' 서명…무역전쟁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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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일 중국에 초강력 '관세 패키지' 서명…무역전쟁 점화

현지시간 22일 오후 중국산 수입품 관세와 '대미 투자 제한' 조치 공표
중국의 '기술 도둑질'과 AI 등 첨단산업 겨냥한 것…중국 무역보복 가시화
G2 갈등에 증시·환율·인플레이션 등 국제경제 여파도 우려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대로 중국을 겨냥해 천문학적 규모의 관세를 부과하고 대미(對美) 투자를 제한하는 내용의 초강력 경제 조치를 발표한다.
중국도 곧바로 보복에 나설 방침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무역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일 것이라는 우려도 낳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2일 오후 12시30분(한국시간 23일 오전 1시30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공문에 서명한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백악관의 한 관계자는 로이터에 "중국이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을 훔치거나 내놓으라고 강요하는 등 정부 주도로 시장을 왜곡한 일들에 대한 무역대표부(USTR)의 조사 결과에 근거해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를 대통령이 내일 발표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액수와 관련해서는 외신들의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 통신은 관세 금액만 최소 연 500억 달러(약 53조 원)라고 했고, 로이터 통신은 최대 600억 달러(약 64조 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과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소 300억 달러(약 32조 원)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세 대상 품목은 신발과 의류에서 가전 소비제품까지 100여 개에 이른다고 외신들은 보도했다.
정부의 한 관료는 NYT에 트럼프 대통령이 USTR에 15일 안으로 '관세 보복' 대상 품목의 전체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지시를 내릴 것으로 관측된다고 밝혔다.
미 행정부는 또 관세 부과는 물론 중국 기업들의 미국 투자를 제한하겠다는 구상을 패키지로 함께 발표할 것이 유력하다.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에 중국의 투자를 제한하고 관리·감독할 규정을 만들라고 지시할 예정이다.
투자 제한은 중국의 국영기업들이 미국의 기업을 단지 상업적 목적이 아니라 군사적 용도를 염두에 두고 사들이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NYT는 인공지능(AI)과 모바일 기술 등 최첨단 분야를 지배하려는 중국의 야망에 대응하기 위해 특정 유형의 중국 측 투자를 제한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칠레 산티아고를 방문 중인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로이터에 "우리는 대통령이 고려할 수 있는 (중국의 투자 제한) 옵션을 만들기 위해 작업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무역 적자를 줄일 것이며 그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표될 관세와 투자 제한 패키지는 USTR이 1974년 제정된 미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의 무역 관행을 대상으로 최근 한 달 동안 진행한 실태 조사를 근거로 한다.
조사 결과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 기술 이전을 강요함으로써 연 300억 달러의 피해를 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WSJ는 전했다.
중국은 자국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들에 중국 기업들과 조인트벤처를 세우라고 한 뒤 압력을 가해 핵심 기술을 중국 측 파트너에 넘길 것을 강요하는 것으로 미 행정부는 보고 있다.
아울러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들에 부적절한 보조금을 지급해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의 첨단 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경쟁사들을 추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으로 의심한다.
그러나 이번 패키지가 세계 경제 1, 2위인 미국과 중국 사이의 무역 전쟁을 점화시켜 세계 경제를 혼돈으로 몰고 갈 것이라는 우려가 현지 언론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당장 중국은 미국산 대두(메주콩)과 수수 등의 농산품을 향한 보복 관세를 경고하고 나섰다. 연 140억 달러(약 15조 원) 규모에 이르는 미국산 대두는 3분의 1이 중국으로 수출된다.
특히 농업을 주요 산업으로 하는 다수의 주(farm states)는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 대표적인 표밭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행정부에 만만찮은 타격을 줄 전망이다.
간접적인 여파는 더욱 크다. 미·중 무역전쟁은 달러화, 미국 증시, 멕시코 페소에서 호주 달러에 이르는 수많은 통화의 환율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가 분석했다.
나아가 미국과 중국의 경제성장이 주춤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또한, 중국 수출품의 43%가 다국적 회사에 의해 수출된다는 점에서 글로벌 공급망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로이터는 분석했다.
국제 정치·안보 지형에도 'G2' 사이의 무역 갈등이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5월로 예정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역사적인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이기 때문이다.
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핵 프로그램을 억제하기 위해 중국의 지지를 필요로 하는 시점에서 이번 패키지가 중국과의 갈등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역 갈등이 커지는 가운데 북미 정상회담이라는 자신의 외교적 노력에 대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firstcir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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