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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EU서 영어 너무 많이 쓰여…불어 위상 높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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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EU서 영어 너무 많이 쓰여…불어 위상 높이겠다"
국제 프랑스어권의 날 기념 연설…불어 진흥 30개 대책 발표
EU 실무언어 영어로 굳어져…"비현실적" "新식민주의" 비판도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프랑스어의 사용을 진흥하기 위한 대책들을 내놨다.
유럽연합(EU) 관리들에게 프랑스어 교육을 확대하고 외국에 프랑스학교 설립을 늘리는 등 국제무대에서 불어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의도지만, 이미 영어가 국제어의 지위를 굳힌 마당에 현실적이지 않은 목표라는 지적도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국제 프랑코포니(불어사용권)의 날인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한림원(아카데미 프랑세즈) 연설에서 불어 진흥을 위한 30개 대책을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는 자국에 들어온 난민들에게 무료 불어강습을 현 250시간에서 400∼600시간으로 늘리고, 유럽연합(EU) 관리들에 대한 불어강습 기회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외국의 프랑스학교 설립도 늘려 불어 교육의 전진기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어 진흥 특사로 2016년 공쿠르상을 받은 여성 작가 레일라 슬리마니를 작년 11월 임명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특히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가 논의되고 있는 마당에 유럽연합에서 영어가 지나치게 많이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상황은 역설적"이라며 "우리가 브렉시트를 논의하고 있는 지금 영어가 (EU 기구들이 모인) 브뤼셀에서 이토록 저변화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그는 "영어의 지배가 반드시 불가피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어떤 룰을 정해서 프랑스어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지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프랑스어는 EU 내에서 영어에 버금가는 지위를 누렸지만, 2004년 동유럽 국가들이 대거 EU에 가입하면서 영어에 완전히 밀린 상태다.
EU 회의 석상에서는 주로 영어가 실무언어로 사용된다. 2004년 이전에는 불어만 할 줄 알아도 EU 내에서 소통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2004년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마크롱은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국가들을 순방할 때도 프랑스어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드러낸 바 있다.
프랑스어진흥기구(IFO)에 따르면 아프리카의 프랑스 구식민지 국가들의 인구 급증으로 전 세계 프랑스어 사용인구는 2065년 10억 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추산이 맞는다면, 현재 전 세계 사용자 기준으로 5위인 불어가 반세기 뒤에는 영어에 이어 제2의 언어가 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프리카 국가들에서의 프랑스어 교육강화 등에 대한 마크롱의 생각에 대해 '신(新)식민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일례로 마크롱이 프랑스어 진흥안 입안에 참여시키려 했던 프랑스계 콩고인 작가 알랭 마방쿠 미국 캘리포니아대(UCLA) 교수는 프랑스의 구식민지 국가들에 대한 변형된 형태의 개입시도라고 비판하며 거부한 바 있다.
영어에 능통한 마크롱 대통령은 종종 영어로 직접 연설하거나, 외국 방송과 영어 인터뷰를 즐기는 등 프랑스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인 파격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모국어인 불어에 대한 애착이 강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국제어의 지위를 상실한 불어가 다시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유럽 각국이 모인 EU의 공식·비공식 회의석상에서는 불어를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공식 석상에서야 통역이 있다지만, 연회나 리셉션 등에서 영어를 모르고 불어만 할 줄 아는 관리들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기에 십상이다.
영어, 불어, 독일어에 능통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프랑스 정부의 발표에 대해 트위터에서 "나는 다언어주의의 열렬한 지지자다. 왜 셰익스피어의 언어(영어)가 볼테르의 언어(불어)보다 우위에 있어야 하나. 우리가 너무 영어에 길들어있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한 그 역시 "영어는 EU의 일상적인 실무언어가 됐다. 브렉시트가 그걸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yongl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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