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 예단하기 어려워"
"30인 미만 사업장 인건비 증가율 예년과 비슷"
공무원 증원·금통위원 임기 연장 긍정적
(서울=연합뉴스) 김수현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다음 달 미국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을 두고 "미국 통상정책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어 예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서에서 "미국 교역촉진법에 따를 경우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작다"면서도 이같이 밝혔다.
교역촉진법에는 ▲ 대미 무역수지 흑자 200억 달러 초과 ▲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 GDP 대비 순매수 비중이 2%를 초과하는 환율시장 한 방향 개입 여부 등 3가지에 해당하는 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
한국은 무역수지, 경상수지 조건 2가지만 해당한다. 현재 관찰대상국(monitoring list)에 올라있다.
그러나 미국이 통상압박을 강화하는 상황이어서 다음 달 새롭게 발표되는 환율보고서에서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수출 등에 유리하게 환율을 조작한다는 의심을 불식하고 외환정책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차원에서 외환시장에 개입한 내역을 공개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저임금 인상은 자영업자 인건비 부담을 늘리겠지만 정부 대책으로 영향이 일부 상쇄할 것으로 봤다.
이 총재는 "최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한 3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지원대책이 계획대로 집행된다면 올해 인건비 증가율은 예년(과거 4년 평균 7.4%)과 비슷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저임금 1%p(포인트)가 오르면 물가·GDP를 각각 0.01%p, 0.006%p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도 분석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0.1%p로 제한적이라고도 덧붙였다. 안전·치안·복지 부문 공무원 증원과 관련해선 "가계소득 기반 강화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국민 안전을 제고하고 늘어나는 사회복지 수요에 부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4조원 규모로 편성하는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두고도 "고용사정이 긴박한 현 상황에서 재정지원을 통한 고용증대 정책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원화 강세에 따라 소비자물가가 상승하리라고 봤다.
한은 내부모형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때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는 약 0.3%p 낮아진다.
이 총재는 "다만 글로벌 경쟁 심화, 환율 변동성 확대, 인플레이션 기대의 안착 등으로 환율의 물가 전가 효과가 최근에 다소 축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원화 강세가 수출에 미칠 영향으로는 "원화 절상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환율 변화의 수출 가격 전가가 심화하면서 일본, 중국 등과 경합도가 높은 업종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소지가 있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고 전망했다.
이 총재는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과 달리 최근 우리 경제는 견실한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금융시스템도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며 "당장 외환위기와 같은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가상통화가 금융시스템 불안을 유발할 가능성도 "가상통화 투자 규모, 금융기관 익스포저 등을 고려할 때 가상통화 가격의 높은 변동성이 통화정책에 가시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금융시장·금융시스템 불안을 유발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향후 한일 통화스와프 체결을 두고는 "정치·외교적 사안과 맞물려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며 재개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답했다.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 "계산상의 편의와 원화의 대외위상 제고 등 이점도 있으나 교체 과정에서 경제주체들의 불편과 심리적 불안감, 신구 화폐 교체 비용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화폐단위 변경은 국가적 차원에서 충분한 사전 논의,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기준금리 등 한은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의 임기 연장에는 "금통위원 임기를 늘리면 소신 있는 정책 결정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며 "이 문제는 국회를 중심으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한은법 목적조항을 개정해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도 주요 목적으로 정하자는 안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적으로 중앙은행의 금융안정 기능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며 "금융안정을 물가안정과 함께 한은의 목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바람직한 입법방향"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은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국회 기재위의 요구자료는 1천100여건이 들어왔다. 4년 전 이 총재의 첫 청문회 때(694건)보다 1.6배 늘었다.
이중 정책 관련 요구자료는 950여건이었다. 2014년 402건에서 2.4배 늘었다.
반면 신상과 관련된 자료는 292건에서 150여건으로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이 총재는 2014년 4월 한은 총재로 취임했다. 지난 2일 청와대는 그의 연임을 발표했다. 이 총재의 두 번째 청문회는 21일 오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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