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블스타 직접 나섰지만…실체 없는 '먹튀 방지' 약속
구체적 사업유지 및 고용유지 방안 제시 안해…마힌드라와 대조
(칭다오=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금호타이어 인수를 추진하는 중국 더블스타는 그동안 국내에서 자금력 및 기술력 열세, 입증되지 않은 글로벌 경영 능력, '먹튀' 가능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에 차이융썬(柴永森) 더블스타 회장이 갑작스레 한국 언론을 칭다오(靑島) 본사에 초청, 처음으로 생산시설을 공개하고 인터뷰를 자처한 것은 더블스타가 금호타이어를 품을 만하고 충분히 정상화할 수 있는 회사라는 점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을 객관적으로 뒷받침할만한 장기적인 국내 사업 유지 계획이나 먹튀 방지책에 관해서는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아 우려를 완전히 해소하기엔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재진이 지난 16일 칭다오에 도착해 둘러본 곳은 황도(黃島)구에 있는 더블스타 칭다오 공장과 R&D(연구개발) 센터였다.
160만㎡ 면적에 직원 2천200명이 근무하는 칭다오 공장은 연간 트럭·버스용 타이어(TBR) 500만개와 승용차용 타이어(PCR) 600만개를 생산한다.
더블스타는 칭다오 공장 외에도 중국 내에서 스옌(十堰) 공장과 둥잉(東營)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 3개 공장의 총 연산 규모는 TBR 650만개, PCR 1천600만개다.
더블스타는 칭다오 공장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TBR과 PCR 분야 스마트 공장을 동시에 보유한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R&D센터에서는 불에 타지 않는 타이어와 공기 주입이 필요 없는 타이어, 3D 프린터 제작 타이어 등을 보여주며 자사의 R&D 기술력을 설명했다.
칭다오 본사에서 만난 차이융썬 회장은 5년 전만 해도 부진했던 더블스타가 중국 내 스마트 제조 선도기업이자 타이어 브랜드 가치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며 금호타이어에 뒤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그는 "이번 인수전에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다른 3개 국유기업의 총자산만 15조원에 이른다"며 일각에서 제기된 자금력 우려를 일축했다.
더블스타와 함께 컨소시엄을 이룬 3개 국유기업은 칭다오궈신(國信)그룹, 칭다오청투(城投)그룹, 칭다오강(港)그룹이며 컨소시엄명은 싱웨이(星微)코리아다.
차이 회장은 "칭다오시가 타이어 산업 발전에 주력하고 있으므로 더블스타를 더 강하게 키워내려는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타이어 상장사 중 임직원이 회사 주식을 보유(배당률 1∼3%)하는 유일한 회사라는 점도 언급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도 금호타이어를 둘러싼 우려와 노조 반발이 완전히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차이 회장은 "먹튀는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이를 공식적으로 입증할만한 구체적인 근거는 밝히지 않았다.
장기적인 국내 공장 활용 및 투자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고, 공장 스마트화로 발생할 수 있는 고용 감소 등에 대한 대책도 설명하지 않았다.
취재진이 더블스타의 정확한 재무 정보와 글로벌 타이어 시장에서의 객관적인 경쟁력 평가 자료를 요구했지만 답변은 없었다.
인수 후 2대 주주로서 산업은행이 먹튀를 견제할만한 장치를 어떤 식으로 마련할 건지에 대해서도 차이 회장은 "산업은행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무엇보다 차이 회장은 반발이 극심한 노조와 "필요하면 만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내놓고 산업은행과 금호타이어 사측이 협상을 주도해야 한다며 한 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2010년 쌍용차를 인수한 인도 마힌드라그룹과 대조된다.
아난드 마힌드라 마힌드라그룹 당시 부회장은 쌍용차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마자 한국을 찾아 기자회견을 열어 구체적인 회사 재무 상황과 인수 후 청사진, 고용승계 계획을 밝혔다.
또 노조와 직접 만나 고용보장 및 장기 투자 등을 골자로 하는 특별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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