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오른팔 왕치산, '미·중 무역전쟁' 소방수로 투입된다
17일 국가부주석 임명 전망…"풍부한 경제·외교 경험 갖춰"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중국과 미국의 '무역전쟁'이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王岐山) 전 중앙기율위원회 서기가 미·중 관계의 '소방수'로 투입될 전망이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의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는 17일 왕치산을 국가부주석으로 임명할 예정이다.
69세인 왕치산은 지난해 10월에 열린 제19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7상 8하'(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 원칙에 따라 은퇴했지만, 이번 전인대에서 복귀할 것이 확실시된다.
왕치산은 시 주석의 반부패 사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맡아 '시진핑의 오른팔'로 불리지만, 그 이전에 20여 년 동안 경제·외교 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았다.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와 2002년 중국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유행 등 위기 때마다 '소방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부총리로서 미국과의 전략경제 대화를 이끌었다.
시 주석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는 왕치산은 국가부주석으로서 외교 부문을 총괄하며 미·중 관계 개선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에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류허(劉鶴)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이 잇따라 미국을 방문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왕치산의 역할에 대한 기대는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베이징에서 일하며 왕치산과 친분이 두텁다는 한 외국인 사업가는 "그가 가진 지성과 솔직함을 높이 평가한다"며 "그는 어려운 문제를 다루는 방법을 알고 있으며, 외국인 사이에서도 높은 평판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전 행정부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국에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어 왕치산이 기대에 부응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미국을 방문한 시 주석의 경제 책사 류허 주임에게 대미 무역 흑자 1천억 달러를 줄이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미국의 대중국 무역적자는 3천750억 달러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기술·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최대 600억 달러(약 63조9천억 원) 어치의 중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더구나 미 국무장관에 대중 강경파인 마이크 폼페이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내정되면서 미국 내 협상 파트너를 찾는 것도 왕치산에게 쉽지 않은 작업이 될 전망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왕치산은 미국에 무역보복 조처를 하지 말도록 요청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며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빠르게 취하라고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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