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대주주 적격심사 확대에 재계 "경영 위축 우려"(종합)
<YNAPHOTO path='C0A8CAE20000016125AF300300000091_P2.jpg' id='PCM20180124000030002' title='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제공=연합뉴스]' caption=' ' />
삼성 이재용 부회장도 심사대상 포함…지분율 낮아 당장은 영향 없을 듯
한화·미래에셋·롯데 등도 영향에 '촉각'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신호경 기자 = 금융위원회가 금융회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삼성그룹 등 금융 계열사를 거느린 대기업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 금융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대상이 확대된다.
지금은 최다출자자 1명에 대해 심사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최대주주 전체와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는 주요 주주로 넓힌다는 것이다.
금융회사에 실제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심사 대상에 포함하겠다는 취지라는 게 금융위의 설명이다.
당장 삼성생명[032830]과 삼성화재[000810], 삼성증권[016360], 삼성카드[029780] 등 금융사를 거느린 삼성이 제도 개편의 영향권에 들어온다.
예컨대 삼성생명의 경우 지금은 최대주주인 이건희 삼성 회장(20.76%)만 적격성 심사 대상이지만 제도가 개편되면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0.06%)도 심사 대상이 된다.
삼성화재 역시 삼성생명(14.98%)이 최대주주여서 삼성생명의 최대주주인 이건희 회장이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0.09% 지분을 가진 이재용 부회장도 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다만 심사 대상이 된다 하더라도 심사요건상 결격 사유가 없으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금융위는 오전에 금융 관련 법령, 조세범처벌법, 공정거래법 위반만 심사요건에 들던 것을 확대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죄도 요건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결격 사유가 있다 해도 그에 따른 페널티가 주주의 보유 의결권 중 10% 초과분에 대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어서 채 1%도 안 되는 지분을 보유한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 당장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 상속·증여 등으로 이 부회장의 지분이 10% 이상으로 확대될 경우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게 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특정 기업이나 개인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며 "예방적으로 심사 범위와 요건을 강화해 모든 금융사에 대해 대주주의 건전성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그러나 금융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범위가 넓어진 데 대해 "경영 위축이 우려된다"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다출자자뿐 아니라 그의 특수관계자 등으로까지 적격성 심사 대상이 확장되면, 해당 금융사의 경영과는 큰 관련이 없는 사람의 범법 때문에 경영권을 잃게 되는 경우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2015년 첫 입법 당시 특수관계자 등으로 대상을 넓히는 데 대해 재계는 '연좌제'식이라며 반대해 결국 최다출자자 1명으로 범위를 줄였는데, 이번에 다시 범위를 넓히는 것은 재계 의견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범법' 여부를 따지는 법의 종류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가법)이 추가된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분위기다.
한 기업 관계자는 "특경법 중에서도 배임의 경우 이미 판단이 애매한 죄목으로 논란이 많은데, 이 배임 여부까지 적격성 심사 대상에 넣으면 만에 하나 배임 시비 가능성을 고려해 경영이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삼성뿐 아니라 현재 보험, 증권 등 제2금융권 계열사를 많이 거느린 한화[000880], 미래에셋그룹 등이 이번 개정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 롯데카드 등 10여개의 금융계열사를 거느린 롯데그룹도 이번 제도 개편의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 관계자는 "제2금융 계열사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최대주주 적격성 심사 강화에 대비해서 내부적으로 연구·분석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룹 지배구조상 금융계열사들이 최하단에 있어 금융사를 악용할 여지가 적은데다, 총수 일가가 직접적으로 금융사의 지분을 소유한 경우도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sisyph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