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몸을 던진 '백업 골리' 이재웅의 투혼
캐나다전 선발로 풀타임…유효슈팅 24개에 7실점
"3-4위전 선발 기회 주어지면 몸 던져 막아내겠다"
(강릉=연합뉴스) 이동칠 기자 = "패럴림픽 무대에서 선발로 나서서 풀타임으로 뛴 것만으로 영광이에요. 하지만 못해서 골을 많이 먹었어요."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에 참가한 장애인 아이스하키 대표팀의 막내이자 백업 골리인 이재웅(22)은 캐나다와의 준결승에 주전 골리 유만균(44) 대신 선발출전해 45분을 풀타임으로 뛰었다.
비록 캐나다에 0-7로 완패했지만 이재웅의 몸을 아끼지 않는 투혼은 바래지 않았다.
이재웅은 1피리어어드 경기가 시작되자마자 파상공세를 펼친 캐나다에 4골을 허용했다. 유효슈팅이 12개였고, 그중 8개를 막아냈다.
그는 "경기 시작과 함께 캐나다가 소나기 슛을 퍼부어 당황했다"면서 "잘했어야 하는데 잘 막아내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2피리어드부터 안정을 찾기 시작한 이재웅은 유효슈팅 6개에 1골만을 허용했다. 3피리어드에도 유효슈팅 6개 중 5개를 막아냈다.
이날 유효슈팅 24개 가운데 17개를 막아내 방어율 70.8%를 기록했다.
방어율이 90%대인 정상급 골리에는 못 미쳐도 세계 최강 캐나다를 상대로는 선방한 셈이다.
특히 그는 수차례 퍽을 몸으로 막아내는 투혼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재웅은 지난 13일 미국과의 B조 3차전에서 주전 수문장 유만균이 1피리어드에 6골을 내주자 교체 투입됐다.
그는 2피리어드를 무실점으로 막아냈고, 3피리어드도 2실점으로 마무리하면서 서광석 감독의 눈도장을 받아 이날 선발 기회를 잡았다.
이재웅은 장애인 육상의 '천재'로 화제를 모았던 선수다.
그는 선천성 뇌 병변으로 다리가 불편해 재활을 위해 시작한 육상 필드 종목에서 재능을 나타냈다.
작년 충북 장애인 체전에서는 창던지기와 원반던지기에서 각각 금메달에 따 대회 2관왕에 올랐다.
2014년부터 장애인 아이스하키를 병행해 오다가 국가대표로 발탁돼 평창 무대에 서게 됐고, 선발로 풀타임을 뛰게 됐다.
그는 오는 17일 미국 또는 이탈리아와 벌일 동메달 결정전에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선발 기회가 온다면 몸을 던져서 이탈리아의 퍽을 막아내겠다"는 그는 "이탈리아와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데, 꼭 이겨서 안방 대회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경기가 끝난 후 (주전 골리인) 유만균 형이 안아주면서 '수고했다'는 말을 했을 때 울컥했다"면서 "팀 전체 선수에게 믿음을 주는 골리로 인정받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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