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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중 단 하루의 '일탈'…이란 새해맞이 불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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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년중 단 하루의 '일탈'…이란 새해맞이 불의 축제
한 해 마지막 화요일 밤 예외적 '소란' 허용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이란 테헤란의 분위기를 색깔로 표현하면 회색이다.
만성적인 공기 오염으로 실제로 시야가 뿌옇기도 하지만 건물의 색뿐 아니라 사람들의 표정도 무채색으로 느껴진다.
건물이 회색인 까닭은 오래된 것이 많아서지만 사람들도 즐거움을 되도록 외부로 표출하지 않는다.
겸양과 절제를 미덕이라고 가르치는 이슬람의 영향에다 정부의 통제가 강한 탓에 사회가 서구보다 상대적으로 경직됐다는 게 현지인들의 해석이다.
정부가 정한 국경일이 대체로 '경사스러운 날'이지만, 이란은 시아파가 숭모하는 이맘 후세인의 비극적 최후를 기리는 아슈라로 대표되는 추모일이 많다.
기쁨보다는 슬픔과 역사적 비애를 되새기는 문화인 셈이다. 당연히 공공장소에서 노래하거나 춤을 추는 일은 매우 드물다.
회색이 감도는 이란에서 단 하루 일탈이 허용되는 날이 있다.
'차하르 샴베 수리'라는 비공식 기념일이다.
'차하르 샴베'는 수요일이라는 뜻의 이란어이고, '수리'는 불 또는 빛이라는 의미다.
이란의 역법(曆法)에 따르면 봄이 시작되는 춘분이 새해 첫날이다.
차하르 샴베 수리는 한 해의 마지막 화요일에서 수요일로 넘어가는 밤에 벌어지는 송구영신을 기원하는 풍습이다. 올해엔 13일 밤이 차하르 샴베 수리였다.



이란의 고대 종교 조로아스터교(배화교)의 전통에서 비롯된 이 날은 각 가정에서 큰 야외 파티가 열린다.
친구와 가족을 초청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춤을 추며 한해의 마지막을 즐긴다. 지난 한 해의 액운을 씻고 새해의 건강, 행운을 기원하는 것이다.
파티의 절정은 모닥불 뛰어넘기와 불꽃놀이다. 불을 숭상하는 조로아스터교의 종교의식에서 유래했다.
불을 뛰어넘으면서 '자르디예 만 아즈 토, 소르키예 토 아즈 만'(내게서 노란색을 가져가고 나에게 붉은색을 주렴)이라는 주문을 외운다.
노란색은 질병과 근심을 뜻하고 붉은색은 건강과 활력의 상징이다.
또 불꽃놀이의 폭음으로 귀신을 쫓아낸다고 믿는다. 사방에서 큰 폭발음이 들려 깜짝 놀라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로 요란하다.
풍등을 띄우며 새해 복을 기원하는 모습은 한국과 비슷하다.
이 풍습이 이슬람 이전 시대에서 비롯된 만큼 이란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금지'이지만 수천 년간 뿌리내린 전통은 오늘날까지 굳건하다.
경찰도 시끌벅적한 파티와 불꽃놀이가 위험하지만 않다면 이날만큼은 눈감아 준다.
딱히 세속적인 즐거움을 찾기 어려운 이란 사회에서 이날 하루만이라도 폭죽을 터뜨리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날려 보낸다.
혈기를 주체하지 못한 젊은이들은 집 안을 벗어나 길거리까지 진출해 경찰과 숨바꼭질하면서 화약을 터뜨리기도 한다.
더 큰 폭음과 불꽃을 내려고 폭죽을 불법 제조하거나 화약을 터뜨리다 매년 인명피해도 속출한다.
13일 밤 이란 전역에서 3명이 숨지고 516명이 다쳤다.



대체로 '놀자판'이었던 차하르 삼베 수리는 올해엔 예년과 달리 긴장 속에 치러졌다.
지난해 말 반정부 시위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났던 터라 이란 정부는 이날을 틈타 집회가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경계를 강화했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이란 반정부 단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차하르 삼베 수리를 반정부 시위로 이어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정부 인사들은 SNS에 히잡을 벗고 춤을 추는 여성, 히잡을 불에 태우는 장면,최고지도자의 사진을 몰래 태우는 동영상을 부지런히 올렸다.
hska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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