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사로잡은 스티븐 호킹 박사의 76년의 인생 스토리
"아인슈타인 다음의 천재 과학자" 칭송
"정신의 승리를 보여주는 진정한 아이콘"
기후변화·AI·불평등 등 정치사회 이슈에도 목소리 낸 과학자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머리는 오른쪽으로 뒤틀린 채 두 손은 컴퓨터 음성재생장치 조정기를 쥐고 휠체어에 앉은 스티븐 호킹 박사의 이미지는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정신의 승리를 보여주는 진정한 아이콘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13일(현지시간) 향년 76세로 타계한 스티븐 호킹 박사에 대한 부고기사 첫머리에 이렇게 썼다.
신체적 장애를 극복해낸 호킹 박사의 인생 스토리는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고 가장 유명한 과학자 가운데 한 명'(BBC),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과학적 지성 가운데 한 명(더타임스), 가장 명성 있는 영국인 과학자이자 '시간의 역사(Brief History of Time)의 저자(텔레그래프) 등 이 시대 최고의 과학자로서의 업적과 나란히 하는 화제였다.
우주론과 양자 중력 분야에서 이룬 탁월한 학문적 업적은 55년에 걸친 그의 장애와 이에 굴복하지 않은 불굴의 의지로 인해 세상에 더욱 커다란 울림을 불러일으켜 왔다.
호킹 박사는 1942년 1월 영국 옥스퍼드에서 생물학자인 부친 아래서 태어나 옥스퍼드대와 케임브리지대에서 수학했다.
케임브리지 대학원에 다니던 시절인 1963년, 21세의 나이로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이른바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이듬해 호킹 박사가 첫 부인 제인과 결혼을 준비할 무렵에 의사는 그에게 남은 시간이 2~3년에 불과하다는 시한부 선고를 내렸다.
다행히 병세가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면서 호킹은 제인과 결혼해 3명의 자녀를 낳았다. 하지만 1988년에는 기관지 감염으로 음성을 잃은 후 음성인식합성기에 의존해야 했다.
'이 시대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천재적인 과학자'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는 호킹 박사는 1964년 공개강연에서 이론물리학계의 거물인 프레드 호일 케임브리지대 우주물리학자의 연구 결과를 공개 반박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는 일반 상대론적 특이점(singularity)에 대한 정리를 증명했고 블랙홀도 입자를 방출하며 이로 인해 질량과 에너지를 잃어버리기 때문에 결국에는 증발해 없어질 수도 있다는 이론인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를 밝혀냈다.
지난 1988년 발간한 '시간의 역사'는 우주와 물질, 시간과 공간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간결하게 소개했다. 이 책은 2천500만부 가 팔리면서 대중을 우주의 비밀에 친숙하게 만들었다.
또 호킹은 우주가 어떻게 시작했는지 등의 의문들에 대한 대답을 줄 수 있는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의 등장 가능성을 말해 명성을 더욱 높였다.
1974년 당시 32세의 나이로 역사상 최연소로 영국왕립학회 회원이 된 호킹은 1979년 아이작 뉴턴의 뒤를 이어 케임브리지대 루카시안 석좌교수직(Lucasian Professor of Mathematics)을 맡으며 과학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10월 케임브리지대학이 호킹이 1966년 발표한 박사학위 논문 '팽창하는 우주의 성질'을 논문 공유 사이트인 '아폴로'에 무료로 배포하자 접속자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세계인의 주목을 받은 천재 우주물리학자 호킹은 이렇게 말했다.
"우주를 향한 내 목표는 간단하다. 우주에 대한 완전한 이해, 우주가 왜 이처럼생겼고 왜 영원히 존재하는지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다"
호킹 박사는 사지를 전혀 쓰지 못하게 만든 루게릭병에 대해 "루게릭병에 대해 어떻게 느끼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내 대답은 많이 느끼지 않는다였다"고 썼다.
그는 "가능한 한 정상적인 삶을 영위하려고 노력한다. 내 (건강)조건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또 이 병이 나를 가로막는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나를 가로막는 것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했다.
유머 있으면서도 낙관적인 삶의 태도를 간직한 호킹 박사에게 루게릭병은 자신의 삶과 우주에 대한 이해를 향한 연구 매진을 가로막지 않았다.
호킹이 세상의 주목을 받은 또 다른 대목은 과학과의 직접적 관련성과 관계없이 여러 사회 이슈들에 자신의 견해를 거침없이 내놓은 사회활동가였다는 점이다.
그는 "사람들이 컴퓨터 바이러스를 만들었다면, 누군가는 스스로 진화하고 복제하는 인공지능(AI)을 만들 것이다. 이는 인간을 능가하는 새로운 형태의 생물체가 될 것"이라며 "AI가 인간을 대체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인류가 멸종을 피하려면 100년 이내에 지구를 떠나야 한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기후변화와 인구과잉, 전염병, 소행성 충돌 등으로 지구가 멸망할 위험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발언했다.
이외에도 그는 불평등을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 결정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 지도자들에 의해 버려졌다고 느낀 이들의 분노의 외침이라는 비평가들의 규정에 추호의 의심도 없다"면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분노에 공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추세와 현상을 '조악한 포퓰리즘'이라고 거부하거나,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에둘러 모면하려 한다면 끔찍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아인슈타인 사망 139주기에 '아인슈타인 다음의 천재 과학자'로 칭송된 호킹 박사는 세상을 떠났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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