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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 80통·알바·면접준비…채용비리 피해자의 잃어버린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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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서 80통·알바·면접준비…채용비리 피해자의 잃어버린 시간
2∼3년 늦게 입사하는 가스안전공사 피해자 배상은…"호봉·근속연수 인정 검토"
피해자 12명 중 4명은 뒤늦은 입사 거부…손배소 가능성 남아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기자 = 입사지원서 80통 작성, 필기시험·면접준비, 아르바이트….
채용비리로 인해 한국가스안전공사 신입사원 모집 최종면접에서 탈락한 A씨가 다른 직장에 취직할 때까지 보낸 일상을 요약한 것이다.
A 씨는 채용비리로 억울하게 탈락하는 바람에 큰 좌절을 느꼈고 8개월가량 구직활동을 더 해야 했다.
그는 "조금만 더 하면 직장인이 되는데 (탈락하는 바람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니 힘들었다. '노력해서 안 되는 것도 있구나' 생각했다"고 13일 연합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당시를 회고했다.
A 씨는 취업 준비 기간 금전적으로나 심리적으로 사람들에게 말 못할 어려움이 많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력에 공백이 있으면 나중에 취업에 불리할 것을 우려해 봉사활동을 하거나 공모전에도 참여하는 등 가스안전공사 탈락 이후 바쁘게 지냈다.
취업 준비생이라도 생활비·용돈이 필요해 늦은 시간에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도 해야 했다.
뒤늦게 가스안전공사로부터 입사 기회를 준다는 연락을 받고 A 씨는 만감이 교차했다.



A 씨처럼 법원 판결에서 가스안전공사 채용비리 피해자로 인정된 이들은 모두 12명이다.
만약 비리가 없었다면 이들 중 4명은 인턴 기간을 거쳐 2015년 5월부터, 8명은 역시 인턴을 거쳐 2016년 8월부터 각각 정규직으로 채용될 가능성이 컸다.
가스안전공사는 채용비리 사건 수사·재판 결과를 수용해 이들에게 인턴을 거쳐 올해 9월부터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뒤늦게 채용기회를 주기로 결정했다.
8명이 이를 수용했다.
이들은 정상적으로 채용했더라면 동기가 돼야 했을 다른 직원들보다 적게는 2년 남짓, 길게는 3년 넘게 늦게 가스안전공사에 채용된다.
'잃어버린 시간'을 어떻게 배상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가스안전공사는 법률 검토 결과를 토대로 대응 방법을 결정할 계획이다.
내부에서는 늦어진 기간을 고려해 호봉을 올려주거나 근속 기간을 추가 인정해주는 방법 등이 유력하게 거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A 씨의 경우는 다행히 중간에 다른 직장에 취업했으나 만약 취업하지 못한 피해자가 있다면 더 오랜 시간 취업 준비생으로 지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약 정상적으로 입사했다면 그간 얻었을 것으로 기대되는 소득을 어떻게 할지의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가스안전공사의 대응이 피해를 온전히 배상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뒤늦게 입사한 이들은 나중에 회사 측이 내놓은 방안에 불만이 있더라도 사원 신분으로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모든 피해자가 입사 기회를 부여받고 기뻐한 것은 아니다.
자신이 채용비리 피해자인 사실도 모르고 수년을 지낸 이들은 갑작스러운 연락에 혼란스러워했다.
가스안전공사에 따르면 어떤 피해자는 며칠간 고심 끝에 입사를 결심했고 역시 고민 끝에 입사를 포기한 피해자도 있었다.
또 다른 피해자는 처음에는 입사하겠다고 했으나 며칠 뒤 입사하지 않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결국, 12명 가운데 4명은 입사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가스안전공사는 이들 4명이 과거에 상실한 입사 기회를 회복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들이 겪은 금전적·심리적 손해에 대한 법적인 책임에 직면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
피해자 4명이 중간에 다른 직장에 취업했더라도 임직원의 불법 행위로 이들을 탈락시킨 책임이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ewonle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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