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미술은 획일적?…다양한 표현양식으로 독창성 확보"
문범강 교수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 출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조선화는 여러 측면에서 조명돼야 할 특이한 미술 장르로, 일반 동양화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릴 수 있다. 철저하게 시간을 멈추고 가둬둔 북한 체제는 조선화가 독보적 경지에 오르는 원천 에너지를 제공했다."
북한미술 연구자이자 미국에서 활동하는 미술사학자인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가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북한 평양을 9차례 방문해 미술품 제작 집단인 창작사와 전시관을 방문하고 여러 작가를 만난 성과를 정리한 책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를 출간했다.
출판사 서울셀렉션이 펴낸 이 책에서 문 교수는 '조선화'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조선화는 '북한의 동양화'로 한국화나 중국화와는 구별된다. 1980년대 한국 민중미술처럼 외부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발전한 회화 양식으로, 대부분 수묵 채색화다.
북한미술은 보통 소련 스탈린 통치 시절에 태동해 199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로 분류된다. 이 조류는 체제 선전을 목적으로 미술품을 제작해 주제가 한정적이고 예술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문 교수는 이러한 통념에 과감하게 반기를 든다. 그는 "조선화는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 중에서도 독특한 표현방법에 천착해 왔다"며 "특히 인간 내면의 미묘한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해 과감한 붓 터치로 표현한 인물화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아울러 조선시대 선비화 양식을 이어받은 화가 리석호(1904∼1971)의 작품은 중국 근대미술 대가인 치바이스(齊白石·1864∼1957)에 견줘도 전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문 교수는 13일 서울 종로구 대한출판문화회관에서 열린 출간 간담회에서도 북한미술의 우수성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북한미술 연구로 인해 친북 인사로 오해받는 상황을 우려한 듯 "나는 반공주의자이자 예술가"라고 거듭 말했다.
문 교수가 2010년 미국에서 처음 조선화를 접하고 느낀 감정도 두려움이었다. 대구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그는 학창 시절 받은 반공교육의 영향으로 북한 그림을 대했을 때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머릿속에 있는 고정관념과 지식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화가로서 바라본 조선화는 예술성이 탁월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충격을 줬다.
"어떤 동양화도 이렇게 인물을 시적이고 낭만적으로 표현하지는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미국에서 전시를 끝내고 한반도 태생으로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해야겠다는 욕심이 있을 때였죠. 자연스럽게 평양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문 교수는 평양 방문 과정에서도 복잡한 감정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안전하게 여정을 마칠 수 있을지에 관한 의구심과 베이징에서 비행기에 탑승하기 전이면 솟구치는 착잡함, 평양 사람들의 진솔함에서 비롯한 북한의 매력을 모두 느꼈다는 것이다.
지난해 여름 미국 워싱턴 아메리칸대에서 북한미술 전시를 기획했던 문 교수는 오는 9월 7일 '상상된 경계들'을 주제로 개막하는 광주비엔날레에서 큐레이터로서 북한미술 작품을 공개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북한미술' 전에는 집체화 4∼5점을 포함해 인물화 중심의 조선화 약 25점이 나온다. 집체화는 지도자 사망이나 토목공사 완료 등을 기념하기 위해 적게는 2명, 많게는 60명이 호흡을 함께하며 완성한 그림을 뜻한다.
이에 대해 문 교수는 "이제는 한국에서 (북한) 이념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시점이 온 것 같다"며 "북한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전시로 꾸미려고 하는데, 정부가 아직 작품 운송에 대한 승인을 해주지 않아 의도한 대로 전시가 이뤄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故) 천경자 화백의 사위이기도 한 문 교수는 북한미술의 문제점, 모사와 복제 문제 등을 다룰 후속 도서를 집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광주비엔날레에는 모사작이 아닌 진품만 올 것"이라고 말했다. 292쪽. 4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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