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 3·15민주묘지에서도 '고은 흔적' 지워졌다
(창원=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 국립 3·15민주묘지가 최근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고은(85ㆍ본명 고은태) 시인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
고은은 총 30권 3천800여편으로 이뤄진 연작 시집 '만인보'에서 3·15의거와 관련된 시 40여편을 써 마산 3ㆍ15의거와 인물 등을 알렸다.
이를 계기로 3·15민주묘지에는 그의 작품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김용실' 등 마산 민주주의를 되새기는 시가 전시되거나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최근 민주묘지 관리소측이 고은 흔적 지우기 작업을 벌여 민주묘지 내 3ㆍ15의거기념관 1층에 있는 1관 벽면에 있던 고은 시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는 현재 벽면 색과 비슷한 회색 종이로 가려 시민들이 볼 수 없다.
이 시는 독재 사슬을 끊은 마산 민주주의를 기억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3·15의거 때 경찰에 총격당해 숨진 당시 마산고등학교 재학생 김용실을 추모하는 시비 '김용실'도 시 부분을 철판으로 가려시 전문을 볼 수 없다.
관리소 측은 "성추행 논란으로 시인 작품이 다른 지역에서 철거되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 후 시민들이 볼 수 없게 임시로 작품들을 가렸다"고 13일 말했다.
이 관계자는 "3·15의거 유족회와 기념사업회 등과 논의해 이달 중으로 철거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고은 시가 있던 자리에 어떤 작품이 들어설지 아직 결정된 게 없다.
국립 3·15민주묘지 내 작품뿐 아니라 창원시 마산합포구 김주열 열사 시신 인양지 '추모의 벽' 걸려 있던 고은의 시 '김주열'도철거됐다.
이 시는 3·15의거열사김주열기념사업회가 열사를 추모하기 위해 지난해 3월 내걸었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도 "시인이 성추행 논란으로 교과서에서 퇴출당하는 등 문제점이 계속 보도되고 있어 철거했다"며 "대신 이동재 시인의 시 '김주열, 그는 역사의 눈이다'를 걸었다"고 말했다.
imag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