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철학은 어떻게 하나인가…장경렬 교수 강의
'경계에서 길 찾기- 문학과 철학의 만남'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인문학의 두 대표 학문인 문학과 철학의 관계를 깊이 있으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한 교양서가 나왔다. 영문학자이자 문학평론가로 오랫동안 대학에서 교편을 잡은 장경렬(65) 서울대 영문과 교수가 펴낸 '경계에서 길 찾기- 문학과 철학의 만남'(그물)이다.
저자는 '문학과 철학의 대화'란 이름의 교양과목 수업을 1990년부터 30년 가까이 대학에서 해왔다. 이 책은 그 강의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문학과 철학이 서구에서 별개의 학문으로 나뉘어 지금까지 이어져 왔지만, 두 학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 내용이다. "인간과 인간의 삶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라는 과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학과 철학이 목표하는 바는 '하나'"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두 학문이 하나인가.
저자는 신화의 시대에서 시작해 고대 희랍인들의 지적인 시도, 소피스트와 소크라테스, 플라톤에 이르기까지 서양철학의 발달사를 훑으며 원래 하나였던 철학과 문학이 분화하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그러나 문학과 수사(레토릭)를 진리와 동떨어진 것으로 치부해 철학에서 떼어내려 한 소크라테스, 플라톤의 의지는 아리스토텔레스와 니체, 하이데거 등 후대 철학자들에 의해 부정, 비판되고 문학과 철학은 다시 하나가 됐다는 것이다.
"문학 작품을 비롯해 모든 예술 작품의 존재 이유를 사물과 대상의 본질을 드러내는" 데서 찾은 하이데거의 이론은 문학과 철학의 재결합을 잘 드러내는 텍스트로 인용된다.
저자는 "이제 비로소 시인은 다른 모든 예술가와 함께 진리를 개진하는 역할을 맡아 하는 신성한 사제로서의 권위를 되찾게 된 셈"이라고 정리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문학과 철학을 함께 사유하는 공부가 인간과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실제로 저자가 이 수업을 들은 한 학생으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받았다는 감사 편지 내용은 인상적이다.
이 책은 또 문학 작품에 반영된 작가나 시인의 세계관을 철학에 기대어 검토하는 작업, 기존의 세계 인식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 작가나 시인의 작품 소개, 문학 작품의 창작과 해석과 관련해 철학적 문제 제기가 가능한 몇몇 사례에 대한 연구 등 내용이 담겼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여전히 나는 양자(문학과 철학)의 '대화'와 '만남'이 계속됨으로써 '둘'이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하나'임을 확인하는 축복의 순간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352쪽. 1만8천원.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