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자진출석 안희정 "국민께 죄송"…피해자에 대한 언급 없어(종합3보)
김지은씨도 오전부터 서부지검에서 고소인 조사받는중
검찰, 성폭행 의혹 사실관계·입장 등 확인 조사 방침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최평천 기자 = 비서 성폭행 의혹의 당사자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잠적 나흘 만인 9일 검찰에 자진 출석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5시께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검에 출석하면서 "국민 여러분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라며 "저로 인해 상처받으셨을 국민 여러분께, 도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 아내와 아이들, 가족에게 너무 미안하다"며 "검찰 조사에서 성실히, 검찰 조사에 따라 수사를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 여러분이 저에게 주신 많은 사랑과 격려,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끝으로 질문에 답하지 않고 검찰청사로 들어갔다. 안 전 지사가 출두할 때 "그러면 안 되는 것 아니예요?" 라고 항의하는 시민도 있었다.
안 전 지사는 폭로가 처음 나온 직후인 지난 6일 새벽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무엇보다 저로 인해 고통을 받았을 김지은 씨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공개 사과했다. 하지만 이날은 김씨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당시 안 전 지사의 글에는 "합의한 관계였다는 비서실의 입장은 잘못"이라며 혐의에 관해 언급하는 내용도 있었지만, 이날 안 전 지사는 김씨의 말이 맞는지, 혐의를 인정하는지 묻는 기자들의 말에 대답하지 않은 채 조사실을 향했다.
안 전 지사가 공개적 자리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김씨가 지난 5일 성폭행 피해를 방송에서 폭로한 이후 나흘 만이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6월부터 8개월간 4차례에 걸쳐 비서인 김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고소됐다. 자신이 설립한 싱크탱크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여직원을 1년 이상 수차례 성폭행·성추행했다는 의혹도 불거진 상태다.
그는 보도 이후 자취를 감췄다가 전날 오후 3시 충남도청에서 자신의 성폭행 의혹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예고했다. 그러나 회견 2시간 전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취소했다.
회견을 취소하면서 "검찰은 한시라도 나를 빨리 소환해달라"고 한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신형철 전 충남지사 비서실장을 통해 전격적으로 자진 출석 의사를 언론에 밝힌 뒤 검찰에 나왔다.
검찰은 안 전 지사를 상대로 고소가 접수된 성폭행 의혹을 둘러싼 사실관계와 경위, 당사자 입장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오늘 오후 3시 40분께 변호인으로부터 안 전 지사가 오후 5시 검찰에 출석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법적 절차에 따라 가능한 범위에서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 전 지사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폭로한 피해자 김씨도 이날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서부지검에서 고소인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날 저녁까지 상당부분 조사가 진행됐다.
김씨에 대한 조사는 이날 안 전 지사가 갑작스럽게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히면서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김씨를 돕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피해자는 오늘 차분하게 마지막까지 (조사에) 임할 것"이라며 "안희정의 일방적 출두 통보는 매우 강력히 유감이다. 피해자에 대한 어떤 사과의 행동과 태도도 아니다"라고 안 전 지사를 규탄했다.
한편 검찰은 관계자 조사뿐 아니라 7∼9일 범행 장소로 지목된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을 압수수색해 증거 수집과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또 총 4차례의 범행 가운데 2차례가 서울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다른 장소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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