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스파이 암살 시도 파문 확산…무고한 19명도 부상
다수 2차 피해자 발생…경찰관 1명 크게 다쳐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발생한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세르게이 스크리팔(66) 암살 시도 사건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스크리팔과 그의 딸(33) 뿐만 아니라 경찰관 1명과 무고한 시민 18명 등 영국민 19명이 독성물질 '신경가스'에 노출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고 영국 경찰이 사건 발생 닷새째인 8일(현지시간) 확인하면서다.
영국 정보기관에 협력했던 전직 러시아 '이중 스파이' 스크리팔과 그의 딸은 솔즈베리의 한 쇼핑몰 앞 벤치에서 의문의 독성물질에 중독돼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에 옮겨진 이 부녀는 의식이 없는 상태다.
런던경찰청 대테러국은 이 독성물질이 '신경가스'라며 스크리팔 부녀를 겨냥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솔즈베리 관할인 윌트셔경찰서의 키어 프리트차드 서장은 이날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벤치에 있던 남성과 여성(스크리팔 부녀)를 포함해 21명이 치료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혈액검사를 받거나 의료진으로부터 도움 또는 조언을 받은 사람들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쓰러진 스크리팔 부녀를 돕는 과정에서 이 신경가스에 노출된 경찰관은 닉 베일리 경사로 확인됐다. 베일리 경사는 심하게 다쳤지만 안정적인 상태라고 일간 가디언은 보도했다.
이들 3명 이외 아직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이들은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영국 정부가 러시아의 소행으로 강력히 의심하는 가운데 고의는 아니더라도 많은 자국민이 2차 피해를 당해 사실상 불특정 다수가 피해를 본 '테러'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이날 ITV 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베일리 경사)와 그의 가족, 친구, 동료들, 그리고 다른 두 명의 희생자들(스크리팔 부녀)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정 국가가 배후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 적절하고도 바른 방식을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앰버 러드 내무장관은 도심에서 신경가스 사용은 "가장 잔혹하면서도 공개적인 방식의 살해 시도"라고 비난했다.
영국 정부는 신경작용제가 원료물질을 구하기는 어렵지 않지만 특별한 시설에서만 제조할 수 있다는 점과 러시아를 배후로 공식 지목한 2006년 전직 러시아 국가보안위원회(KGB) 소속 요원이었던 리트비넨코 독살 사건 등을 이유로 이번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를 강력히 의심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외무장관은 지난 6일 의회에 출석, 이번 사건과 관련해 러시아가 배후에 있는 것이 확인되면 오는 6월 열리는 러시아 월드컵에 불참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다만 사건을 수사 중인 런던경찰청 대테러국은 신경가스 제조 과정 등 수사 진행 상황을 함구하고 있다.
스크리팔은 러시아 군정보기관인 총정찰국(GRU) 소속 전직 장교로 2006년 러시아 정보기관 인물들의 신원을 영국 해외담당 정보기관인 비밀정보국(MI6)에 넘긴 혐의로 기소돼 13년형을 선고받았다.
스크리팔은 2010년 냉전 시대 이후 미국과 러시아의 첫 대규모 스파이 맞교환 때 풀려나 이후 영국으로 건너왔다.
당시 미국이 10명의 러시아 스파이들을 풀어주는 대가로 러시아는 스크리팔을 포함한 4명의 스파이들을 석방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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