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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국과 영향력 경쟁하려면 대북 대화에 적극 관여를"
프랑크 교수, 4월 남북정상회담 후 중국이 미국에 맞서는 시나리오 제시
"중국이 북한의 협력 이유로 제재 완화하면 한국은 선택 고민"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한반도 안보 정세에 대한 계산이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능력의 진전에 따라 수년 단위에서 1년 단위로 짧아지다 지난해 북한의 '핵 무력 완성' 선언에 이르러선 6개월에서 수개월 단위로까지 더 줄어들었다.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는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이 끝나고 한국과 미군 간 연합군사훈련이 재개되는 이달 말 이후 정세가 어떻게 전개될지 아무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하는 깜깜이가 됐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 외교의 정점을 이룬 특사 교환을 통해 남북이 제3차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함으로써 한반도 정세는 한 달여 더 시간을 벌게 된 셈이다. 이 회담 후 한반도의 '불안한 안정'이 얼마나 더 오래 연장될지 아직은 깜깜이다.
당장, 8일 미국 방문 길에 오르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방미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트윗 한 줄이 남북정상회담 자체에도 성패를 결정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관련국 정부의 책임 있는 관리들은 물론 민간 전문가들도 섣불리 예상을 내놓지 않고 있는 가운데, 동독 출신으로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뤼디거 프랑크 오스트리아 빈 대학교 교수가 7일(현지시간)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을 핵심 요소로 한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지금까지 통념으로만 보면, 남북 대화는 오래지 않아 한계에 부닥치게 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을 당분간 중단할 수는 있어도 가까운 미래에 핵무기를 모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도 주한미군을 철수하거나 군사훈련을 취소하거나 모든 제재를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비핵화는 더 말할 나위 없다. 결국, 한국은 아무리 좋은 의도라 해도 북한에 대한 국제제재를 위반하는 일은 어떤 것도 할 수 없고 그러면 남북관계를 계속 진전시켜 나가는 게 어렵다.
프랑크 교수는 "이런 막다른 상황"이 올 것이라는 생각은 "모든 사람의 계산에서 미국의 동의와 협력이 핵심"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지금까지는 그게 맞는다고 수긍했다.
"그러나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경제, 군사, 정치력이 크게 신장한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공개 도전함으로써 1990년을 전후한 소련의 붕괴 후 생긴 세계의 단극체제가 끝나고, 미·중 대결이라는 '제2차 냉전'이 중국의 뒷마당, 즉 동아시아에서 시작될 것으로 자신은 예상해왔다고 말했다.
최소한 10년은 더 있어야 현실화할 것으로 봤는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등으로 인해 이것이 예상보다 빨라져 만약 중국이 이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중국이 남북 대화의 결과를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프랑크 교수는 내다봤다.
그가 상상하는 시나리오는 다음과 같다. 중국이 미국의 최대 압박 전략에 더는 협력하지 않고 남북 대화를 계기로 미국에 맞서는 것이다. 4월 말 남북정상회담 후 중국은 현재의 남북 대화가 중요한 성과를 가져왔으므로, 중국도 참여해온 기존 국제제재가 제 임무를 다 한 셈이며, 따라서 더 이상은 필요 없다고 선언한다.
중국은 북한이 여전히 문제 있지만, 협력 용의를 보여준 만큼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북한의 긍정적인 행동에 보상해줄 필요가 있다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일부 대북 제재를 해제하는 결의안을 제출한다. 당연히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거부하고, 중국은 더 이상 기존 결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북한의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중국 시장 개방을 일방적으로 선언한다. 러시아도 동참한다.
이렇게 되면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을 선택해야 한다. 미국은 모든 경제·정치력을 동원해 한국이 중국으로 기우는 것을 막으려 하겠지만, 여건에 따라선 한국이 미국을 거스르는 대가가 중국과 손잡는 이익으로 상쇄될 수 있다고 프랑크 교수는 말했다.
한국의 경제는 삼성과 현대의 운명에 달렸는데 "그것을 기꺼이 보장할 가장 잠재성이 큰 파트너가 지금 누구이고 미래엔 누구일 것이냐", "한국 경제에서 중국의 비중이 미국과 오랜 동맹에서 생기는 여러 가지 이득을 이미 능가하고 있는가"라고 프랑크 교수는 한국이 자문할 물음들을 들었다.
한국이 정상회담 후 어느 시점에서 기존 제재와 충돌을 우려해 대북 협력을 멈추게 되면, 중국은 침묵할 것이고, 그러면 "불유쾌한 정상 상태", 즉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을, 미국은 대북 군사 압박을 각각 재개하면서 상호 위협과 비난전으로 되돌아가게 된다.
반대로, 제2차 냉정이 시작된다면 완전히 새로운 사고를 할 필요가 있다고 프랑크 교수는 예상했다. 미군의 한반도 주둔, 대만의 지위, 그리고 좀 더 먼 미래의 일이지만 중국 지원하의 남북통일 가능성 등 지금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일들이 거론되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중국의 굴기 속에 아시아에서 영향력 유지를 위해선 "영리하게 현 흐름을 장악해 북한과 대화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프랑크 교수는 주장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입장식에서 남들은 다 남북 공동팀 입장에 기립 박수를 보내는데 보란 듯이 홀로 자리에 앉아 있던 펜스 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yd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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