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스크 "EU 떠난 영국, 좋은 것만 취하는 '선택적 FTA' 안 돼"
FTA협상 가이드라인 제시…영국 입장과 거리 있어 진통 예고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과 영국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양측간 미래관계에 대한 협상을 앞둔 가운데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7일 협상 가이드라인 초안을 27개 회원국에 발송하고 그 내용을 공개했다.
투스크 의장은 오는 22, 23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EU와 영국 간 미래관계 협상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렇게 될 경우 미래관계 협상이 이르면 내달부터 진행되게 된다.
그러나 투스크 의장이 이날 공개한 협상 가이드라인 초안은 최근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밝힌 브렉시트 이후 미래관계에 대한 영국 정부의 비전과 상당한 거리가 있어 향후 협상과정에 극심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투스크 의장은 이날 룩셈부르크를 방문, 자비에르 베텔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회견을 통해 협상 가이드라인 초안을 제시했다.
그는 브렉시트 이후 영국과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긴밀한 협력을 기대한다면서도 영국이 이미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탈퇴하기로 해 그 관계의 깊이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그는 영국이 EU 단일시장과 관세동맹을 탈퇴하고, 유럽사법재판소(ECJ)의 사법관할권도 거부하기로 해 유일하게 남아 있는 가능한 관계의 모델은 자유무역협정(FTA)이라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사실 (브렉시트 이후) EU와 영국 간 FTA는 경제적 유대를 강화하는 게 아니라 경제적 유대를 느슨하게 하는 역사상 첫 FTA"라며 "우리의 FTA는 EU와 영국 간 교역을 마찰 없이, 순조롭게 하는 게 아니라 오늘날보다 더 복잡하고 비용이 소요되게 만들 것이다. 이것이 브렉시트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투스크 의장의 이런 발언은 지난 2일 메이 총리가 양측간 미래관계 비전을 밝히면서 '가능한 마찰 없는 미래의 무역관계'를 기대했던 것과 대비를 이루는 것이다.
투스크 의장은 그러면서 EU와 영국 간 협상에서 지켜야 할 두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그는 향후 영국과 체결하게 될 FTA과 관련, 영국에 의무는 적게 부담토록 하면서 많은 권리를 부여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권리와 의무의 균형을 강조하면서 "일례로 EU는 캐나다와 같은 의무를 진 영국에게 노르웨이와 같은 권리를 부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EU 회원국이 아닌 노르웨이는 EU에 재정부담을 지는 대가로 EU 단일시장 접근권을 부여받았지만, 캐나다는 EU에 대해 아무런 의무가 없어 단일시장 접근권과 같은 권리도 부여되지 않고 있다.
아울러 투스크 의장은 "어떤 나라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단일시장의 일부 영역만 선택할 수도 없고, 자신의 이익에 맞을 때만 ECJ의 역할을 인정할 수도 없다"면서 "비회원국의 '선택적 취사(pick-and-mix)'에 의한 접근은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이런 원칙을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뿐만 아니라 투스크 의장은 양측간 FTA가 모든 영역을 포함해야 한다며 다른 FTA처럼 서비스 분야와 상대방 수역에서의 호혜적 조업권 보장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영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안이어서 향후 협상에서 합의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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