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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다리가 잘려나가던 날 '엄마는 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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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다리가 잘려나가던 날 '엄마는 울지 않았다'
평창패럴림픽 유력 금메달 후보 신의현 모친의 응원 메시지
"고통 이겨내 아들, 난 네가 자랑스럽다"



(강릉=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충청남도 공주 정안에서 밤 농사를 짓는 이회갑(여·68)씨는 2006년 2월, 평생 기억에서 지우지 못할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곤히 잠들어 있던 새벽 3시 경이었다. 이 씨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한 마디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주말이면 언제나 밤 농사를 도와주던 착한 둘째 아들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것. 어서 빨리 병원으로 오라는 내용이었다.
정신없이 달려간 병원 중환자실엔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 신의현이 누워있었다.
이회갑 씨는 "의현이는 의식이 없었다. 의사는 다리를 자르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이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엄마는 아들의 하지 절단 동의서에 이름을 적었다. 차도는 없었다. 며칠 뒤 엄마는 남은 다리도 절단한다는 동의서에 다시 한 번 이름을 눌러 적었다.
이 씨는 오직 아들을 살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눈물을 흘릴 정신도 없었다. 수일 동안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맨 것 같다. 아들이 눈 뜨기를 기다리는 것, 말로는 표현 못 한다"



눈을 다시 뜬 신의현은 수개월 동안 병실에 누워있었다.
엄마는 울지 않았다. 자신을 왜 살려냈느냐고 울부짖는 아들에게 "다리 없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엄마는 지치지 않았다. 아들이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아들의 용변도 웃으며 받아냈다.
신의현의 친구들에게 일일이 연락해 헌혈증을 모은 이도 엄마 이회갑 씨였다. 심한 통증이 따르는 재활 훈련을 받을 때도 엄마는 곁에 있었다.
신의현이 퇴원하자 곧바로 베트남 출신의 아내, 김희선 씨와 국제결혼을 주선하기도 했다.



엄마는 두 다리를 잃은 아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헌신하고 또 헌신했다.
눈물을 속으로 삼키며 아들이 놓쳐버린 희망의 끈을 다시 쥐여줬다.
근 3년 동안 침울한 삶을 살았던 신의현은 한 발자국씩 세상 밖으로 나왔다.
처음엔 휠체어 농구를 배웠고, 이후엔 장애인 아이스하키, 휠체어 사이클 등 각종 장애인 스포츠를 섭렵했다.





엄마가 뿌린 희망의 토양에서 신의현은 마음껏 꿈을 펼쳤다.
그리고 2015년, 민간기업 최초의 장애인 실업팀인 창성건설 노르딕스키 팀에 합류했다.
신의현은 특유의 끈기와 허릿심, 지구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정상급 장애인 노르딕스키 선수가 됐고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의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신의현은 오는 9일 평창 패럴림픽 장애인 바이애슬론 경기에 출전한다.
이회갑 씨는 7일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사실 그동안 아들의 경기 모습을 본 적이 한 번도 없다"라며 "이번엔 잠시 농사일을 제쳐놓고 경기장을 찾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저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꼴찌를 해도 의현이는 내 자랑스러운 아들"이라고 덧붙였다.
cycl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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