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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본고장 미·영서 사회주의 지지 청년층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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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본고장 미·영서 사회주의 지지 청년층 증가
'격차확대'에 좌절, 밀레니얼 세대 53% "미 경제 자신들에 불리"
영국서도 '무상교육' 공약 노동당 약진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자본주의의 본고장인 미국과 영국에서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끼는 청년층이 늘고 있다. 안정된 직장을 구해 제대로 된 주택에서 살고 싶은 당연한 소망을 이루기 어렵게 만드는 빈부 격차 확대가 젊은이들이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끼게 하는 배경이다. '격차 해소'를 호소하는 정치가의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국정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노조의 정신이 노동자의 피에 깃들면 세상에 이보다 더 강할 게 없다"
작년 11월 심야 수도 워싱턴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버지니아주 매너서스에서 젊은이들의 합창이 울려 퍼졌다. 버지니아주 의회 하원선거에서 공화당 중진인 현직을 꺾고 당선한 민주당 리 카터(30)의 승리집회에서다.
사회주의 운동이 한창이던 100여 년 전에 미국에서 태어난 노동운동가 '연대여 영원하라" 노래였다. 전국 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날 카터 등 미국 최대의 사회주의 단체인 '미국 민주사회주의자(DSA)' 회원이 시의원 등 공직에 15명이나 당선했다. 유력 언론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다.
해병대 출신인 카터는 사회주의를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2년 전 제대 후 전기공사업체에서 일하다 감전사고를 당한 것이 사회주의로 돌아선 계기였다. 몇 주 동안 일어나지도 못할 정도의 중상을 입었지만, 회사도, 주 당국도 산재를 인정해 주지 않았다. 4천800 달러(약 513만 원)이던 월수입이 제로가 됐다.
"노동자와 회사의 이익이 다르다는 걸 절감했다. 이대로 두면 다른 사람도 똑같은 경우를 당하게 된다"고 생각해 주 의회 의원선거에 출마를 결심, DSA에 들어갔다. '민주사회주의자'를 자처하며 2016년 미 대선 예비선거에서 선풍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6)의 주장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전임 운동원은 22살의 남녀 2명뿐이었지만 젊은 세대가 중심이 된 자원봉사자들이 매일 100여 가구를 돌며 도와줬다. 공화당 후보 측은 레닌과 스탈린, 마오쩌둥(毛澤東)의 일러스트와 카터의 얼굴 사진을 나란히 배치하고 '사회주의'라고 크게 쓴 전단을 배포하며 공격했지만 9% 포인트 차로 예상 밖의 승리를 거머 쥐었다. '반 트럼프' 정서로 젊은 층의 투표율이 높아진 게 승리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카터 의원은 아사히(朝日)신문에 "우리 세대에게 사회주의는 노동자가 경제의 주도권을 돌려받기 위한 현실적 선택지가 됐다"고 말했다.
공산주의자 색출운동인 매카시즘이 휩쓸던 1950년대 이후 '적국'의 사상인 사회주의는 미국에서 터부시됐지만 1980년대 이후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의 의식은 다르다. 어린 시절 냉전이 종식돼 '자본주의'라고 하면 2008년의 리만 쇼크 이후의 경제위기를 먼저 떠올리기 때문이다.
작년 가을에 실시된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53%가 "미국 경제는 자신에 불리하게 움직인다"고 대답했다. 또 "사회주의 국가에 살고 싶다"는 응답이 "자본주의 국가에 살고 싶다"를 앞섰다.
DSA는 그런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기업과 부유층의 정치에 대한 영향을 배제하고 일하는 사람들의 발언력 향상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사기업과 시장을 완전히 부정하지는 않는다. DSA 전국정치위원회 위원인 라비 아흐마드 핫케(39)은 "직장에서도, 의료에서도, 선거에서도 노동자의 이익이 반영되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10년 전 중간선거에서 당시 오바마 정부에 맞선 보수파의 '티파티'가 득세, 공화당을 우경화시킨 것과 정반대의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영국에서도 작년 11월 대학수업료 무상화를 요구하는 1천 명 규모의 시위대가 런던 시가지를 누비며 시위를 벌였다. "교육 무상화", "부자들에게 과세를" 등의 글이 적힌 플래카드를 든 시위대는 행렬이 의회 앞에 이르자 축구경기에서 응원하듯 일제히 "와~ 제러미 코빈"을 합창했다.
이들이 연호한 제러미 코빈은 제1야당인 노동당 당수의 이름이다. 코빈은 90년대 노동당의 약진을 끌어낸 토니 블레어의 중도노선 '뉴 레이버'(새로운 노동당) 운동에 사사건건 반대, 마르크스주의자라는 야유를 받았다. 당내 주류로부터도 비웃음을 샀다. 그런 코빈이 2015년 당수 선거에서 압승했다. 그로부터 2년 반 그에 대한 지지가 식기는커녕 더 강해지고 있다.
작년 6월 총선에서는 노동당이 막판에 약진, 여당인 보수당의 과반의석을 무너뜨렸다. 40대 이사의 전 세대에서 노동당의 득표율이 보수당을 앞섰다. 특히 18, 19세의 노동당 지지율은 66%로 19%에 그친 보수당을 크게 눌렀다.
노동당 의원 사무실에서 일하는 라이언 스미스(22)는 유학시절 미국 텍사스에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의 선거운동을 도운 것을 계기로 정치에 입문했다. 긴축반대, 민주사회주의를 표방한 샌더스와 코빈 노동당수의 모습이 겹쳐져 노동당원이 됐다.
그는 "코빈의 공약은 신자유주의에 질린 사람들이 갈망하던 것들"이라고 말했다. 코빈은 작년 9월 노동당 대회에서 2차대전 직후의 사회보장정책인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언급해 갈채를 받았다. 스미스는 "코빈은 포퓰리스트가 아니다. 그는 지난 40년간 같은 말을 계속해 왔다. 그를 필요로 하는 시대가 왔다"고 강조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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