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럴림픽 개폐회식은 '사람 중심'…장애·비장애 공존 무대"
이문태 총감독…"가파른 슬로프 올라 성화 점화, 감동 줄 것"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올림픽 개·폐회식이 주최국의 문화 콘텐츠를 내세우는 데 반해 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폐회식은 철저히 '사람' 그 자체를 중심에 둬야 합니다."
최근 전화로 만난 이문태(70) 평창 동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개·폐회식 총감독은 "인간 존중의 무대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장애라는 역경을 이겨낸 패럴림픽 선수들의 도전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이자 공연이 된다.
그는 "패럴림픽의 4대 가치인 용기·투지·감동(감화)·평등의 관점을 잘 드러나는 개·폐회식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공연 후반부에 등장하는 '공존의 구'란 장면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을 상징적·압축적으로 표현한다.
이 총감독은 "점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은 면이 되고, 면은 둥그런 구가 된다"며 "'인간의 구'를 통해 공존의 미학을 선보이려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화 장면 등이 이번 행사의 '와우 포인트'(감탄을 자아내는 장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성화 주자가 굉장히 가파른 슬로프를 올라야 성화대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일반인도 쉽게 오를 수 없는 경사를 특별한 방식으로 오르게 되는데, 이 장면이 큰 감동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는 이 밖에도 "여러 메시지를 담은 거대 조형물, 궁중정재 모티브를 활용한 환영 인사 등도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 것"으로 기대했다.
대중에게 잘 알려진 가수나 성악가 등의 출연도 예상된다. 그는 "올림픽 개·폐회식이 눈을 즐겁게 했다면, 패럴림픽은 귀를 즐겁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5월 총감독에 선임된 이 총감독은 서울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사회복지사로서 서울시 장애인재활협회장 등을 역임하는 등 평소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관심이 큰 편으로 알려졌다.
KBS 예능국장을 역임한 그는 PD 재직 시절 공익프로그램 '사랑의 리퀘스트'도 기획한 바 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등을 지내며 공연계와도 친분을 이어왔다.
그는 이번 패럴림픽 개폐회식의 대전제를 '생장로병사'로 설명했다.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 생활하면서 병에 걸리듯 장애를 맞이하게 됩니다. 사람이 태어나면 바로 사람 노릇을 제대로 못 하죠. 나이 들어 죽기 전에도 그렇고요. 다리를 삐어도 그 기간에는 잠시 장애를 앓고 있는 셈입니다. '배리어 프리'(장벽 없는·barrier free)나 '무장애'는 물질로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그는 다만 어려운 점으로 날씨와 적은 예산을 꼽았다.
그는 "평창에 폭설이 내려 눈을 치우느라 리허설을 충분히 하지 못했다"며 "총예산은 200억원, 이 중 실제 개·폐회식 콘텐츠에 들어가는 순수 예산은 35억으로 부족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그는 "30년 만에 한국에서 다시 열리는 패럴림픽의 역사성, 북한 선수들의 참여 등을 고려할 때 우리 국민이 충분히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평창 동계패럴림픽은 9일 오후 8시 평창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개회식을 시작으로 18일까지 열흘간의 열전에 들어간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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