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학령인구 감소'에 50년 역사 은혜초 서울 첫 폐교
사립초 인기 하락도 한몫…공립초 교육 질 향상·방과후영어 금지도 영향
출생아 급감 계속되면 '도미노 폐교' 가능성도 배제 못 해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서울 은혜초등학교 학부모들이 6일 자녀들을 전부 전학시키기로 하면서 이 학교는 사실상 폐교됐다.
1966년 3월 10일 개교한 은혜초는 53번째 개교기념일을 불과 사흘 앞두고 역사를 마감하게 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은혜학원 이사장을 무단폐교 혐의로 고발하는 경우 등을 고려해 당분간 폐교 인가를 내주지 않을 방침이지만 폐교는 돌이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은혜초는 서울에서 학생 감소 영향으로 문 닫는 첫 초등학교로 기록될 전망이다.
2015년 폐교한 은평구 알로이시오초는 고아를 돌보던 학교로 고아에 대한 사회인식이 개선되면서 학교운영 목적이 없어져 문 닫은 경우였다.
은혜초 폐교는 학령인구 감소가 대도시 도심에 자리한 학교를 문 닫게 할 정도로 현실적 문제가 됐다는 점에서 충격을 준다.
서울 초등학생은 2000년 75만5천여명에서 작년 42만8천여명으로 43.3% 줄었다.
전국의 경우 1965년 449만1천여명이던 초등학생은 1차 베이비붐 세대가 학교에 입학한 1970년대 초 정점을 찍은 뒤 1985년 485만6천여명, 1995년 390만5천여명, 2005년 402만2천여명, 2015년 271만4천여명으로 감소세가 이어졌다.
지난해는 전국 초등학생 수가 267만4천여명까지 떨어졌다.
2차 베이비붐세대나 베이비붐에코세대 등이 입학한 1980년대초와 1990년대초, 황금돼지띠인 2007년생, 백호띠인 2010년생이 초등학교에 입학한 2014년과 2017년에는 학생이 일시적으로 늘기도 했지만, 전반적인 감소세를 되돌릴 수는 없다.
서울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서울 초등학교 학령인구는 2035년 37만6천356명으로 2015년보다 16.7%나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과 비교하면 불과 한 세대 만에 서울 초등학생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는 것이다.
특히 서울은 높은 집값 탓에 '출산 적령기'에 해당하는 30대들이 떠나는 도시다.
통계청의 국내 인구이동 결과를 보면 작년 한 해만 3만6천865명의 30대가 서울에서 타지로 순유출됐다.
학령인구 감소가 계속되면 학교가 문 닫는 일은 '일상'이 될 수 있다.
학생이 일정 수 이하(면지역 60명, 읍지역 120명, 도시 240명)인 초등학교는 2015년 기준 1천907곳으로 전체(6천232개교)의 30.6%나 됐다. 이들은 교육부의 학교 통폐합 권고기준에 부합해 언제라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 학교들이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2016년 기준 29개 초등학교가 통폐합 권고대상에 해당한다.
지난해 전국 출생아가 35만7천700명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 30만명대를 기록하는 등 출산 감소가 예상보다 가파르게 이뤄져 폐교가 일상인 시대는 생각보다 빨리 올 수도 있다.
은혜초의 경우 폐교 원인이 전적으로 학령인구 감소에 있다고는 볼 수 없다.
올해 신학기부터 초등 1∼2학년 방과 후 영어수업이 금지돼 '질 좋은 영어교육'을 내세우던 사립초의 인기가 떨어진 영향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서울시교육청도 이런 상황 때문에 사립초가 학령인구 감소 영향을 먼저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전체 사립초 재정상황 등을 파악하는 태스크포스 운영에 들어갔다.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공립초등학교 수업 질이 과거보다 나아진 것도 사립초의 위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도 나온다. 특히 은혜초가 있는 은평구는 뉴타운에 신설학교가 많고, 이들 학교는 사립초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달 1일 사립초 위기 원인을 분석한 페이스북 글에서 "(은혜초) 사태에서 우리가 읽어야 할 메시지는 초등학교 공교육이 이전보다 현저히 강화됐다는 것"이라며 혁신학교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공교육을 혁신하려는 노력이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진행돼 공립초 경쟁력과 질이 상승했으며 이는 혁신학교 주변 전세가가 상승한다는 이야기가 증명한다. 이런 흐름이 중·고등학교에도 확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혜초 폐교 사태는 비단 초등학교만의 얘기가 아니다. 학생 감소에 따른 '도미노 폐교'가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학령인구 감소는 각급 학교에 모두 해당하는 만큼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고교와 대학도 서둘러 '폐교의 일상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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