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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재현에는 관심 없어" 이정진의 사진으로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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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재현에는 관심 없어" 이정진의 사진으로 쓴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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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움 재현에는 관심 없어" 이정진의 사진으로 쓴 시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개인전…1990년대초 미공개작 대거 나와




    (과천=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몸을 웅크린 듯한 잿빛 덩어리가 화면 정중앙을 차지하고, 아래에는 암석 부스러기들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닌다. 황량한 풍경은 달 표면을 떠올리게 하지만, 사진작가 이정진(56)이 붙인 제목은 '미국의 사막Ⅰ 91-23'이다. 1991년 미국 횡단 여행을 하던 작가가 어느 사막에서 촬영한 작품이다.
    6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만난 작가는 "제목은 미국의 사막이라고 돼 있지만 (어디여도) 상관없다"고 말했다.
    "시기도 2005년에 찍은 것인지 1900년에 찍은 것인지, 장소도 강릉에서 찍은 것인지 상관없습니다. 제 작업은 시간성과 공간성에서 비켜나 형이상학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전공은 도자였지만 작가는 미대에 입학하자마자 카메라를 들었다. 1988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30여 년간 자신만의 길을 걸어 왔다. 국내에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세계 유수 미술기관이 작품을 소장 중인 이정진의 활약은 눈부시다. 2011년 분쟁 지역의 균열과 모순을 기록한 국제 사진 프로젝트 '이스라엘: 진행 중인 초상화'에 내로라하는 작가들과 함께 참여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8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개막하는 '에코-바람으로부터'는 한국 현대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넓히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이정진의 작품 세계를 망라한 전시다. 1990~2008년 작업한 11개의 아날로그 프린트 연작 중 대표작 70여 점이 나왔다.




    이들은 일반 인화지 대신 한지를 사용했다. 대상을 흑백 필름으로 찍은 뒤, 감광 유제를 큼지막한 붓으로 바른 한지에 인화한 것들이다.
    이날 과천관을 찾은 취재진은 인화한 한지를 '세탁'한 다음, 새로운 한지에 배접하는 작업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흥미롭게 지켜봤다. 작가는 도미 직후 페이퍼 타월 등 온갖 소재를 실험한 끝에 '발견'한 것이 한지라고 했다.
    "한국에서는 다큐멘터리 작업을 했는데 (미국으로 간 뒤) 더는 다큐 작가가 아닌, 파인아트 쪽으로 접근하고 싶었어요. 또 사막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한지에 깊이 배인 톤이 자연 소재와 잘 어우러진다고 생각했고요."
    깔끔하게 마감된 매끈한 여느 사진과는 달리, 그의 작품에는 한지의 미세한 결뿐 아니라 티와 흠이 그대로 남아 있다. 작품은 사진이라기보다 목탄화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서양의 발명품인 사진이 동양적인 느낌, 명상적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이정진 작업이 주는 독특함이 있다.
    작가는 "아름다움을 재현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고 제가 바라보는 풍경에 감정이 이입된 상태를 포착하는 것을 좋아한다"라면서 "제 작업을 그림이나 시 같다고 이야기하는데 제게는 감정이입이 잘 되는 도구가 붓이 아닌 카메라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함께한 스위스 빈터투어 사진미술관의 토마스 시리그 큐레이터는 이정진의 아날로그 프린트가 사람들을 끌어당긴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매체가 만들어내는, 굉장히 평평한 이미지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에 질감이라든가 물질성을 되찾고자 하는 욕망이 다시 나오는 것 아닐까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미국의 사막 Ⅲ'(1993~1994), '무제'(1997~1999), '바람'(2004~2007) 연작의 일부 작품이 나왔다는 점에서 더 반가운 전시다. 작가는 함께 일했던 외국의 여러 갤러리스트들도 "이런 작업을 한 적이 있나요"라며 놀라움을 표했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전시는 7월 1일까지.


    ai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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