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탈리아 총선 결과에 '전전긍긍'…향후 연정 구성에 촉각
연정 협상 난항·정국 불안정 예상에 '우려'…최악 시나리오 현실로
난민강경정책·EU비판 정당 약진에 '부담'…EU 개혁 영향 받을 듯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지난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해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결과가 나와 연정 협상부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불확실성이 커지자 우려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더욱이 집권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고 기성 정치권을 비판하며 강경 난민 정책과 EU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세운 포퓰리스트 신생 정당과 극우정당이 약진하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탈리아는 EU에서 유로화를 채택하고 있는 19개 유로존 회원국 가운데 독일, 프랑스에 이어 3번째로 비중있는 나라다.
EU는 유로존 개혁을 토대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EU를 개혁, 원심력을 차단하고 유럽 통합을 공고히 다져 나간다는 생각이었으나 이번 이탈리아 총선 결과로 차질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EU 지도부가 이탈리아 총선 하루가 지난 5일 오후까지 아무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점이 이 같은 EU의 고민을 뒷받침한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마르가리티스 시나스 EU 집행위 대변인이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탈리아 대통령이 안정적인 정부 구성을 용의하게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간단하게 입장을 밝혔다.
EU는 각 회원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가급적 개입을 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지만 이 같은 모습은 이탈리아 정치 지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언급은 가급적 삼가면서 당분간 이탈리아의 연정 구성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앞서 EU의 행정부 수장 격인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지난 달 22일 한 행사에서 "EU는 이탈리아가 총선 이후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파올로 젠틸로니 총리가 발끈하자 발언을 해명하고 진화에 나섰으나 결국 융커 위원장의 발언이 현실이 됐다.
융커 위원장의 진의는 국가부채 문제가 아직 '휴화산'으로 남아 있는 이탈리아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 전체의 금융시장에 불안요소가 될 것임을 우려한 것이었다.
융커 위원장의 예상처럼 이탈리아 총선 결과 정국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탈리아 금융시장은 5일 하락세를 보여 EU의 우려가 기우로 그치는 게 아니라 당면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나마 작년 9월 총선 이후 연정을 구성하지 못한 채 표류해오던 독일이 우여곡절 끝에 연정을 구성하게 됨으로써 엎친 데 덮친 격은 피하게 됐다.
무엇보다도 EU 입장에선 EU에 대한 의구심을 보이고 있는 정당, 난민 정책에 대해 강한 입장을 보이는 정당들이 총선에서 약진한 것이 무엇보다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U는 지난 2016년 6월 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거세지던 EU 회원국의 '탈(脫)EU 바람'를 네덜란드와 프랑스에서 잠재우며 EU가 지향해온 유럽의 완전통합의 길로 큰 장애물 없이 다가가는 듯했으나 여전히 도전이 계속되고 있음을 확인한 셈이 됐다.
지중해를 통한 난민들의 유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난민 정책에 강경 노선을 천명한 정당들이 세력을 확대하고 있는 점도 EU로서는 난민 문제라는 실타래가 더 꼬일 수 있는 악재임에 틀림없다.
이제 EU의 관심은 온통 이탈리아의 연정 구성에 쏠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37%를 득표를 한 실리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전진이탈리아(FI)'와 극우 성향인 마티오 실비니가 대표를 맡고 있는 '북부동맹(Northern League)'을 비롯한 4개 우파연합과,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을 등에 업고 총선에서 32% 득표율을 기록하며 단일 정당 가운데 최다 득표를 한 신생정당 '오성운동' 양측이 모두 연정 구성권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정파 모두 정부 구성을 위해 필요한 하한선인 40%를 득표하지 못해 자력만으로는 과반 의석이 안돼 정부를 구성할 수 없다.
우파연합이 집권할 경우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는 부패혐의로 내년까지 공직에 나설 수 없고, 득표율도 북부동맹이 FI를 앞서 실비니 대표가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또 오성운동이 연정을 구성할 경우엔 올해 31세로 이번 총선을 이끈 루이지 디 마이오 대표가 총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EU 입장에선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 두 사람 모두 쉽지 않은 상대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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