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급 대접' 이집트 방문 사우디 왕세자 투자 '선물'(종합)
이집트 시나이 반도 개발, 50억달러 투자
5월 이집트 대선 앞두고 엘시시 지지 확인
(카이로·테헤란=연합뉴스) 노재현 강훈상 특파원 = 지난해 6월 왕세자로 책봉된 뒤 처음으로 해외 순방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왕자'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국왕급 환대를 받으며 첫 순방국인 이집트를 방문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4일(현지시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만나 투자, 대테러,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
엘시시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나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기반으로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걸프지역 안보가 이집트의 국가안보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무함마드 왕세자는 자신의 첫 해외순방지가 이집트임을 거론하며 "이것은 사우디와 이집트 관계의 깊이와 견고함을 보여준다"고 화답했다.
이날 무함마드 왕세자가 탄 전용기가 이집트 영공으로 진입하자마자 공군 전투기 편대가 전용기를 호위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카이로 공항에 직접 나가 무함마드 왕세자를 영접했다.
사실상 사우디 국왕 수준의 예우를 갖춘 셈이다.
이집트는 최근 수년간 경제 사정이 급격히 나빠져 사우디의 원조 없이는 국가 재정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사실상 경제적으로 종속 관계다.
특히 2013년 민주적 선거로 출범한 정부를 쿠데타로 전복한 탓에 정통성이 결여된 엘시시 정부를 사우디가 지지하면서 2014년 대선에서 무난히 승리하고, 다른 아랍권의 인정도 받게 됐다.
이 때문에 엘시시 정부는 중동에서 사우디에 가장 '충성스러운' 정부로 평가된다.
사우디가 지난해 6월 주도한 카타르와 단교에도 걸프 지역 국가가 아니면서도 가장 먼저 가담했고 3년전 예멘 내전에도 참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이집트 방문은 5월 대선을 앞둔 만큼 연임에 도전하는 엘시시 대통령에 대한 사우디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하는 정치적 의미로도 해석된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방문에 맞춰 이집트 대법원은 3일 홍해상 2개 섬(티란섬, 사나피르섬)의 관할권을 사우디에 양도하는 합의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집트에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들 섬을 사우디에 넘기는 것은 주권을 포기한 굴욕적인 '조공 외교'라는 비판이 높았으나 결국 대법원이 하급심을 뒤집고 사우디에 유리하게 판단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도 이집트의 환대에 화답하듯 과감한 투자를 선물로 안겼다.
양국은 사우디가 추진중인 홍해변 초대형 신도시 '네옴' 개발 사업에 이집트 시나이 반도 남부도 포함하기로 하고 100억 달러의 공동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다. 사우디는 이 펀드의 절반을 투자한다.
또 양국이 공유하는 홍해 주변의 관광사업에도 협력하기로 했다.
이들은 안보와 대테러, 극단주의에 맞서는 공동 대응책도 함께하기로 뜻을 모았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4일부터 사흘 동안 이집트에 머물며 카이로의 오페라하우스를 방문하고 이집트 콥트 정교회의 교황 타와드로스 2세를 만날 예정이다.
이어 7일 영국을 방문하고 이달 19일 미국을 찾는 등 외교적 보폭을 넓힌다.
hskang@yna.co.kr,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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