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총선서 반체제·극우 돌풍…오성운동 최대정당 약진"(종합3보)
출구조사 결과 발표…"오성운동 득표율 30% 웃돌아 돌풍"
"우파연합 최다, 과반엔 실패"…"정당 연대 본격화 예상"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4일 실시된 이탈리아 총선에서 강경 난민 정책을 공약하고, 유럽연합(EU)에 회의적인 반체제 정당과 극우 정당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9년 전 좌와 우로 나뉜 기성 정치체제의 부패를 심판하겠다는 구호 아래 탄생한 신생정당 오성운동은 30%를 웃도는 득표율로 최대정당으로 발돋움한 것으로 나타나 이탈리아 정계의 지각 변동을 예고했다.
이탈리아 공영방송 RAI는 하원(630석) 기준 출구조사 결과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득표율 29.5∼32.5%로 단일 정당 가운데 가장 많은 표를 얻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오성운동은 기성 정치에 반감이 높은 젊은층, 빈곤에 신음하는 남부를 적극 공략하며 창당 9년 만에 이탈리아 최대 정당 자리를 꿰차게 됐다.
오성운동의 대표 정치인 중 한 명인 알레산드로 디 바티스타 의원은 "출구조사 결과가 현실화되면 이번 선거는 오성운동의 승리"라며 "모두가 정부 구성을 위해 우리와 협상하러 올 것"이라고 승리를 예측했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중도우파 전진이탈리아(FI)가 극우정당 동맹, 이탈리아형제들(FDI) 등 다른 3개 정당과 손을 잡은 우파연합이 33.0∼36.0%를 득표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이는 총선 전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37%를 밑도는 것이어서 우파연합으로서는 만족할 만한 결과는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집권 시 강경한 난민정책을 천명한 이들은 최근 몇 년 간 지중해를 건너 대량 유입된 난민들에 대한 대중의 광범위한 반감에 편승해 최근 지지세를 불려 왔으나, 막판에 오성운동에 밀려 상승세가 꺾인 것으로 추정된다.
우파연합은 내심 정부 구성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로 인식되는 득표율 40% 이상을 기대했으나, 이에 못미침에 따라 우파연합의 힘으로만 정부를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할 전망이다.
우파연합 내에서는 "난민에 이탈리아가 침범 당했다"는 자극적인 구호 아래 집권 시 불법 난민 60만 명을 모두 본국으로 송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극우 정당 동맹이 총선 전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의 FI보다 더 많은 표를 얻은 것으로 집계돼 또 하나의 이변을 연출했다.
마테오 살비니가 이끄는 동맹은 13.0∼16.0%의 표를 얻을 것으로 예상돼 베를루스코니의 FI(12.5∼15.5%)를 소폭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FDI의 득표율은 3.5∼5.5%로 예상됐다.
2013년 총선에서는 북부동맹이라는 이름으로 나선 이 정당은 당시 불과 4%가량을 득표하는 데 그쳤으나, 반난민 기류를 타고 5년 만에 지지율이 수직 상승한 것으로 풀이된다.
집권 민주당이 중심이 된 중도좌파 연합은 24.5∼27.5%의 표를 얻어 3위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가 이끄는 민주당 단독으로는 사상 최저 수준인 약 20∼23%를 득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민주당은 중도좌파의 분열과 더딘 경제회복, 지난 몇 년 간 이어진 난민 대량 유입에 대한 반발 기류로 인해 완패가 예상돼 왔다. 민주당 탈당 인사들 주축으로 작년에 창당된 정당인 자유평등(LEU)은 3∼5%의 표를 얻을 것으로 조사됐다.
상원(315석)의 경우 우파연합이 득표율 33.5∼36.5%로 선두, 오성운동이 29.0∼32.0%로 2위, 중도좌파연합이 25.0∼28.0%로 하원과 순서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구조사 결과가 들어맞을 경우 어느 진영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함에 따라 이탈리아에는 당분간 정치적 불확실 상태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정부 구성을 위해 각 정당 간 새로운 연대 움직임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對) EU 정책을 비롯해 큰 정책 줄기에서 공통점이 많은 베를루스코니의 FI와 렌치 전 총리의 민주당이 2013년 총선 직후와 마찬가지로 좌우 대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예상이 나와 주목된다.
반체제 포퓰리즘 정당으로 분류되는 오성운동, 반(反)난민, 반EU 성향의 극우정당 동맹당, FDI 등의 선전으로 유럽연합(EU) 경제 규모 3위인 이탈리아에서 극우, 포퓰리즘 세력의 급부상 가능성을 경계해 온 EU 등 국제사회의 시름도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정당의 합계 득표율이 5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기성 중도좌파, 중도우파 정당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 심상치 않음을 드러내며 이탈리아 정치 체계는 커다란 지각 변동 시기로 접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소 희석되긴 했으나, 창당 때부터 EU에 회의적인 태도를 견지해온 오성운동이 EU에 적대적인 동맹, FDI 등 극우정당과 전격적으로 손을 잡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경우 금융 시장이 요동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시장의 관측이다.
한편, 이번 총선의 투표율은 67∼71%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저였던 2013년의 75%보다도 더 하락한 것으로, 이탈리아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진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방증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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