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좌파 노동자당 대선 전략 또 흔들…'플랜C'까지 거론
룰라와 최측근 부패 의혹에 발목…아모링 정 외교장관 대안으로 거론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이 오는 10월 대선 후보를 결정하는 문제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이지만, 부패혐의 재판에서 잇달아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출마가 불투명한 상태다.
여기에 룰라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북동부 바이아 주의 주지사를 지낸 자케스 바기네르를 둘러싸고 뇌물수수 의혹이 제기되는 악재가 터져 나왔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바이아 주의 주도(州都)인 사우바도르 시내에 있는 2014년 월드컵 경기장 보수공사를 맡은 건설업체들이 공사 대금을 부풀리는 대가로 바기네르 전 주지사에게 8천200만 헤알(약 272억 원)의 뇌물을 전달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바기네르는 룰라 전 대통령이 부패혐의로 대선 출마가 좌절되면 페르난두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과 함께 유력한 대안으로 거론돼온 인사다.
2일(현지시간)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노동자당 지도부는 바기네르 전 주지사 부패 의혹이 제기되고 나서 '플랜C'를 검토하기 시작했으며, 이와 관련해 세우수 아모링 전 외교장관이 주목받고 있다.
아모링은 룰라 대통령 정부(2003∼2010년)와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정부(2011∼2016년)에서 외교장관과 국방장관을 역임했다. 최근에는 룰라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하면 러닝메이트를 맡을 의향이 있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노동자당 내에서는 룰라와 바기네르가 대선에 출마하지 못하게 되면, 아모링 전 장관과 아다지 전 상파울루 시장을 러닝메이트로 내세우는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룰라 → 플랜B → 플랜C'로 이어지는 노동자당의 대선 전략에 다른 좌파 정당들이 과거처럼 힘을 모아줄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다.
브라질공산당(PCdoB)과 민주노동당(PDT) 등 다른 좌파 정당들이 독자 후보를 내려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당 대선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으면 좌파 후보 단일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룰라 전 대통령은 언론 회견을 통해 "스스로 목숨을 끊지도 않고 외국으로 도피하지도 않을 것이며 이길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대선 출마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사실상 승부수를 던졌다.
특히 룰라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 역시 노동자당과 우파 브라질사회민주당(PSDB) 후보 간의 대결로 치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브라질에서 군사독재정권(1964∼1985년)이 끝나고 민주주의가 회복된 이후에 시행된 대선은 사실상 노동자당과 브라질사회민주당 후보의 맞대결 양상으로 치러졌다.
올해 대선 1차 투표일은 10월 7일이고,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2위 후보가 10월 28일 결선투표로 승부를 가린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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