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국정연설서 신형 핵미사일 등 전략무기 과시…미국에 경고(종합)
"나토 MD 무용지물, 이제는 러시아 말 들어라"…집권 기간 성과도 강조
이달 중순 대선 유세 성격…역대 연설 중 가장 긴 1시간 55분 동안 연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연례 대의회 국정연설을 통해 자국의 현대화된 군사력을 과시하며 미국에 강한 경고를 보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TV로 생중계된 국정연설에서 미국이 지난 1972년 옛 소련과 체결했던 '탄도탄요격미사일제한조약'(Anti-Ballistic Missile Treaty/ ABM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하고 자국과 외국에 미사일 방어(MD)시스템을 구축한 데 대한 대응으로 첨단 전략 무기들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는 물론 동유럽의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MD 시스템을 배치하고, 일본과 한국으로도 시스템을 확장하려 계획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약 2시간에 걸친 연설에서 45분가량을 러시아가 새로 개발한 각종 전략 무기들을 소개하는데 할애했다.
연단 뒤에 설치한 대형 스크린에 신형 무기의 외양과 비행·타격 장면 등을 역동적으로 보여주는 동영상, 컴퓨터 그래픽, 사진 등을 띄우며 첨단 무기들의 위용을 자랑했다.
푸틴은 먼저 러시아가 개발한 차세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사르맛'을 소개하며 "첨단 MD 회피 시스템을 장착하고 남극과 북극 방향 모두로 발사가 가능한 이 미사일은 어떤 MD로도 요격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형 핵 추진 엔진을 장착한 순항 핵미사일과 역시 핵 추진 엔진을 장착한 무인 수중 드론도 개발했다면서, 이로써 사실상 비행거리가 제한이 없고 적의 MD 시스템을 무력화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전략무기를 보유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무인 수중 드론은 핵탄두나 재래식 탄두를 장착하고 심해에서 잠수함이나 최신 어뢰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사실상 무제한의
거리를 이동해 항공모함이나 해안 시설을 타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세계 여러 나라가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극초음속(음속의 5배 이상 속도) 무기를 러시아는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서 "극초음속 미사일 시스템이 지난해 12월 남부 군관구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푸틴은 "신형 무기 개발로 미국이 이끄는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MD가 무용지물이 됐고 러시아의 발전을 저해하려는 서방의 노력에 효율적 종지부를 찍었다"고 강조했다.
또 "러시아는 오랫동안 우리의 핵억지력을 잠식할 우려가 있는 MD 시스템 구축을 중단할 것을 미국에 경고했지만 아무도 우리말을 듣지 않았다"면서 "이제는 들어라"고 단호한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참석자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기립박수를 보냈다.
푸틴은 러시아 동맹국들에 대한 핵 공격을 러시아 자체에 대한 핵 공격으로 간주해 즉각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민 생활 수준을 높이고 보건·인프라 분야 등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등의 약속으로 시작한 국정연설의 후반부를 장식한 핵전력 과시는 이날 푸틴 연설의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이었다.
이날 연설은 또 오는 18일 대선을 통해 6년 임기의 4기 집권을 노리는 푸틴에게 선거 유세와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집권하는 동안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큰 성과가 있었음을 각종 통계와 시각 자료를 통해 설명한 뒤 국방 분야에서 이룬 획기적 성과를 과시하면서 지지를 호소한 것이다.
예년과 달리 크렘린궁이 아닌 인근의 '마네슈 홀'에서 진행된 이날 국정연설은 길이에서도 기록을 세웠다.
푸틴은 지금까지 가장 길었던 지난 2012년 국정연설 시간(1시간 21분)보다 훨씬 긴 1시간 55분 동안 연설했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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