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날씨를 알아내기 위한 기상학자들의 분투기
일기예보 역사 다룬 '바람의 자연사'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날씨 예보는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다. 포털사이트 생활 분야 뉴스에서는 항상 날씨 예보가 인기 기사 순위 상위에 오른다.
지금은 일상과 뗄 수 없는 날씨 예보지만, 신문 지상에 날씨 예보가 등장한 것은 불과 150여 년 전이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 탄생을 가능케 했던 비글호 항해에서 선장으로 일했던 영국인 로버트 피츠로이는 1854년 영국 기상국의 수석 기상 통계관으로 일할 당시 전신에 주목했다. 전국의 기상 관측소에서 얻은 기상정보를 전신을 통해 쉽게 얻었던 그는 이 정보를 이용해 내일 날씨를 오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피츠로이는 1861년 8월 1일 자 런던 '타임스'에 첫 일기예보를 실었다. 그동안 신문은 예보 대신 전날의 날씨가 어땠는지를 실었는데 첫 일기예보 역시 전날의 날씨를 요약한 표 밑에 실렸다.
최초의 일기예보는 네 줄, 23개의 영어단어로 소박했다.
'앞으로 이틀간의 날씨는 대체로 다음과 같을 것이다/북부-약한 서풍; 맑음/서부-약한 남서풍; 맑음/남부-조금 센 서풍; 맑음'.
최초로 예보(forecast)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한 피츠로이는 '예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막연한 예언(prophecy)과 예측(prediction)이 아니다. 예보(forecast)라는 용어는 과학적 조합과 계산의 결과일 때 하나의 의견으로 엄격하게 적용될 수 있다."
신간 '바람의 자연사'(까치 펴냄)는 미국의 생물학자 빌 스트리버가 피츠로이처럼 오늘날의 기상 예보 체제를 만든 기상학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이다.
1차 세계대전 중 구급차 운전병으로 참전해 종이와 연필로 날씨를 계산했고 전선(front)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던 루이스 프라이 리처드슨, 수치 일기예보의 토대를 놓은 기상학자 윌리엄 패럴, 그림으로 날씨를 예측하고 설명한 빌헬름 비에르크네스 등 기상학자들의 이야기와 기압계, 풍속계, 기상위성 등 기상조건을 측정하는 기구들의 발전 과정 등을 다루며 오늘날 우리가 쉽게 접하는 기상 예보가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를 풀어놓는다.
중간중간 저자 자신의 이야기도 등장한다. 해양생물학자인 아내와 함께 중앙아메리카호에서 '로시난테'라는 이름의 돛배를 타고 생활하는 저자는 미국에서 과테말라까지 항해하면서 일기예보에 등장하는 풍속과 기온, 기압, 폭풍우 등 다양한 요소들을 몸소 체험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위성을 갖춘 오늘날에도 종종 잘못된 예보가 나오는 이유와 일기예보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기상학자들의 끊임없는 도전 등도 읽을 수 있다.
김정은 옮김. 368쪽. 2만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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