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악화로 피항 중 구조 신호도 못 보내고 순식간에 전복(종합)
위치신호 끊길 당시 파도 2.5m, 바람 시속 15m 풍랑주의보 발효 중
선내에 있다가 빠져나오지 못했을 가능성
(완도=연합뉴스) 장덕종 장아름 기자 = 전남 완도 청산도 해상에서 전복된 채 발견된 연안통발어선 근룡호(완도 선적·7.93t급)는 피항하다가 높은 풍랑과 강한 바람 때문에 구조 신호를 보낼 틈도 없이 급박한 상황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피항 중 선원들이 선실에 머무르다가 전복되는 배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근룡호는 지난달 28일 오후 1시 16분 사고 해역 주변에서 마지막으로 선박위치식별장치(AIS) 신호가 완도해상교통관제센터(VTS)에 잡혔다.
앞서 낮 12시 56분께 선장 진모(56)씨가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기상 악화로 피항한다"고 연락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AIS 신호가 끊기고 3시간 만인 오후 4시 28분께 주변을 지나던 선박이 전복된 근룡호를 보고 VTS에 신고했다.
근룡호 발견 지점이 여서도에서 청산도나 완도항으로 들어오는 길목이었고, 지인과 연락을 하고 AIS 신호가 끊긴 점을 보면 피항 중 전복됐을 가능성이 있다.
AIS 신호가 끊겼을 당시 사고 해역인 남해서부서쪽먼바다에는 낮 12시부터 풍랑주의보가 발효된 상태였다.
오전부터 파도가 높아져 신호가 끊길 무렵에는 파고가 최고 2.5m에 달했다. 이후 파도가 계속 높아져 저녁에는 최고 4m, 다음날 새벽에는 4.4m까지 높아졌다.
바람도 강하게 불어 신호가 끊길 당시 평균 시속은 15m에 이르렀다.
파도와 바람은 수색이 시작되고 1일 오전부터 점차 잦아들면서 밤에는 소강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피항이 늦어진 점도 사고 발생의 원인으로 추정된다.
근룡호는 지난달 27일 완도항에서 선원 7명을 태우고 출항해 완도 청산도와 여수 여서도 해역에서 장어, 문어 등 통발 조업을 하고 있었다.
통발 조업은 바구니 모양의 통발을 바다에 던져 놓고 미끼를 보고 들어간 물고기가 입구에서부터 점차 좁아지면서 빠져나오지 못하게 하는 어업 방식이다.
이 해역에서는 장어, 문어, 오징어가 많이 잡혀 부산, 경남, 여수 등에서 선단을 구성해 일정 기간 조업하고 있다.
장어와 문어 주낙과 통발은 연중, 오징어는 6∼9월 조업하고 있다.
근룡호에도 완도를 비롯해 경남, 대구, 인도네시아에서 온 선원들이 모여 청산도, 여서도에서 조업하고 10일 완도항으로 돌아올 예정이었다.
사고 접수 당일 오전 9시부터 경비함정이나 VTS를 통해 날씨 상황을 선박들에 전파했지만 근룡호는 낮이 돼서야 인근 청산도로 피항을 하려고 했다.
해경은 이를 토대로 기상이 악화하자 선원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피항하던 과정에서 높은 파도에 휩쓸려 전복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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