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 보급 군용기름 민간업체로 무단 반출…헌병대 조사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해군의 군수지원함인 천지함(AOE-57, 4천200t)에 실린 군용 기름이 민간업체로 반출된 정황이 드러나 헌병대가 조사에 나섰다.
28일 해군 등에 따르면 관할 헌병대가 지난 24일 천지함에 승선해 유류 탱크를 관리하는 간부들을 조사했다.
헌병대는 지난해 7월을 전후로 천지함 유류 탱크의 소제(掃除) 작업을 맡은 A 업체가 군용 기름을 반출한 경위를 확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제 작업은 유류 탱크 내부를 청소하거나 이상 여부를 점검할 때 실시하는 것으로 시작 전에 기름을 탱크 밖으로 옮겨야 한다. 전문업체가 작업을 맡는다.
이런 과정에서 모인 군용 기름 일부가 해군으로 반납되지 않고 민간으로 유통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일은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던 A 업체가 보유한 기름 12만ℓ가량의 출처를 추궁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관계자는 "헌병대로 사건이 이첩되면 해당 간부들의 관련성 여부 등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헌병대는 관련자들에게 군수품 관리소홀 등의 책임을 묻고 기름의 반출 경위와 업체와의 결탁 여부 등도 조사할 것으로 알려졌다.
천지함 내 기름의 관리 실무는 부사관 2명이 담당하고 위관급 장교 1명이 총괄한다.
백두산 천지에서 이름을 딴 천지함은 경남 진해가 모항이며 해군작전사령부 예하 5성분전단 55전대 소속이다.
현대중공업이 1988년 개발에 착수해 1990년에 1번함인 천지함이 취역했다.
해군은 천지함을 포함해 2번함 대청함(AOE-58)과 3번함 화천함(AOE-59) 등 모두 3척의 군수지원함을 운용하고 있다.
천지함은 4천200t의 유류와 450t의 탄약, 식량 등의 보급물자 운반이 가능해 일명 '기름배', '바다 위의 보급창고'로 불린다.
함의 좌현과 우현에 각각의 보급시스템이 있어서 동시에 2척의 함정에 보급물자를 공급할 수 있다. 만재배수량은 9천100t이다.
디젤엔진을 사용하며 40㎜ 함포 2문, 20㎜ 발칸 2문 등도 갖추고 있다.
천지함 취역 이후 우리 해군은 원양작전 시대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매년 사관생도의 원양실습 때 군수지원함 3척 중 1척이 동행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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