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아기 울음소리' 작년 출생아수 35만명…사상 최저
심리적 마지노선 무너져…합계출산율 1.05명로 역대 최저
30대 초반 출산율 급감…40세 이상 제외한 전연령 출산율 감소
(세종=연합뉴스) 이 율 기자 = 대한민국에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지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 출생아수는 1970년대 통계 작성이래 처음으로 35만명대로 추락했다.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역시 역대 최저 기록을 세웠다. 이는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다.
통계청이 28일 발표한 '2017년 출생·사망통계(잠정)'를 보면 작년 출생아 수는 35만7천700명으로 전년 40만6천200명보다 4만8천500명(11.9%) 감소했다.
감소폭도 2001년(-12.5%) 이후 1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한 해 출생하는 신생아수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히 추락하고 있다.
1970년대만해도 100만명대 였던 출생아 수는 2002년에 49만명으로 절반으로 감소하면서 40만명대로 추락했다.
이후 2015년 반짝 증가했다가 빠른 속도로 곤두박질해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 해 출생아수 30만명대는 인구학자들 사이에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세계에서 한세대 만에 출생아수가 반토막으로 줄어 인구절벽에 직면한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이지연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출생아수가 2002년 40만명대로 내려앉았고 이번엔 통계작성 이후 처음으로 30만명대로 떨어졌다"면서 "감소폭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2001년 이후 최대였다"고 말했다.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떨어졌다. 역시 전년 1.17명보다 0.12명(10.3%) 급감했다.
합계출산율이 1.10명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05년(1.08명) 이후 12년 만이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인구유지를 위해 필요한 합계출산율 2.1명의 절반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평균 1.68명을 크게 하회하는 것은 물론, 압도적인 꼴찌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粗)출생률도 7.0명으로 전년보다 0.9명(11.4%) 줄어들었다.
여성 연령별 출산율을 보면 40세 이상을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감소했다.
여성인구 1천명당 출산율은 20대 후반(25∼29세) 47.8명, 30대 초반(30∼34세) 97.7명, 30대 후반(35∼39세)은 48.7명으로 전년보다 각각 8.6명(15.2%), 12.4명(11.3%), 1.5명(3.1%)씩 일제히 감소했다.
반면, 40대 초반(40∼44세)은 6.0명으로 전년보다 0.1명(1.7%) 늘어났다.
특히 주 출산연령인 30대 초반 출산율이 급감해 여성인구 1천명당 출산율이 처음으로 100명 아래로 추락했다.
출산율을 연령대로 비교하면 30대 초반이 가장 높았고, 20대 후반, 30대 후반 순이었다. 20대 후반은 출산율이 30대 후반과 유사하게 낮아졌다.
10년 전에는 20대 후반 출산율이 30대 후반보다 4배 가까이 높았지만, 지속해서 하락한 결과다.
평균 출산연령은 32.6세로 전년보다 0.2세 상승했다.
35세 이상 고령산모의 비중은 29.4%로 전년보다 3.0%포인트 높아졌다.
출산 순위별 출생아수 감소세를 봐도 첫째아(-12.0%), 둘째아(-11.9%), 셋째아 이상(-12.4%)이 모두 두자릿수로 급감했다.
이지연 과장은 "첫째아와 둘째아 셋째아 출생이 모두 급감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사회경제적 위기를 반영한다"면서 "2016년 나타난 사회경제적 불안과 청년실업, 경기나 주택 상황이 모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106.2명으로 전년보다 1.2명 증가했다.
셋째 이후 아이의 성비는 106.5명으로 전년보다 0.9명 감소했다. 통계청은 출산순위에 따른 성비차이가 정상 범위(103∼107명)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17개 시도 모두 합계출산율이 전년보다 감소한 가운데,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곳은 세종(1.67명)이었고 전남(1.33명), 제주(1.31명) 순이었다.
서울(0.84명), 부산(0.98명)의 합계출산율은 1명 이하로 추락했다.
월별 출생아수는 2016년 10월 이후 두자릿수 감소세를 이어가다가 지난해 12월 8.8% 감소하는 데 그쳐 한 자릿수로 둔화했다.
이지연 과장은 "2016~2017년 결혼이 크게 줄어 올해 상반기까지 출생아수가 전년동기 대비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판단되지는 않는다"면서 "다만, 12월 출생아수 감소폭이 한자릿수로 떨어져 감소세가 둔화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