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선거 도운 마을 이장, '선거인 매수' 유죄 추가
이장 모임에 의원 초대해 음식제공…대법 "'선거인매수 무죄' 2심 위법"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시골 마을 이장이 20대 총선 출마를 앞둔 현역 국회의원을 지역 이장단 모임에 불러 소개하고, 참석자들에게 음식을 제공했다가 사전선거운동 혐의는 물론 선거인 매수 혐의로도 유죄 판단을 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지난 8일 공직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과 선거인 매수 혐의로 기소된 노모(60)씨의 상고심에서 선거인 매수 부분을 무죄로 본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모두 유죄 취지로 대전고법에 돌려보냈다고 28일 밝혔다.
이번 판결은 선거구가 정해지지 않았어도 유권자에게 향응을 제공하는 매수 행위를 처벌할 수 있다는 법리 판단에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매수 행위 당시에 반드시 선거구가 획정돼 있어야 하거나 유효한 선거구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어 "매수 행위 당시에 선거구가 특정돼 있어야 한다는 잘못된 전제를 두고, 향응을 받은 자들이 '선거인'인지 알 수 없다는 사유를 들어 무죄라고 본 원심판결에는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다.
충남 부여군의 마을 이장인 노씨는 2016년 1월 7일 지역 이장단 모임에 총선 예비후보자였던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을 불러 인사를 나누게 하고, 참석자들에게 175만원 상당의 음식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는 기존 국회의원 선거구가 폐지된 상태였다. 선거구별 인구 격차가 크게 벌어져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지만, 국회에서 새 선거구를 제때 획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검찰은 선거구 획정과 상관없이 노씨를 처벌할 수 있다고 보고 사전선거운동과 기부행위 혐의로 기소했다.
1심은 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량이 가볍다'는 이유로 항소하면서, 노씨에게 선거인 매수 혐의를 추가했다.
2심은 '기부행위와 선거인매수죄는 유효한 선거구를 전제로 한 범죄'라는 이유로 사전선거운동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으로 감형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선거인매수죄는 유효한 선거구의 획정·존재 여부와 상관없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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