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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미투 운동' 확산, 우리 사회 건강성 회복 계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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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미투 운동' 확산, 우리 사회 건강성 회복 계기 돼야

(서울=연합뉴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법조·문화·대학·종교 등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로 촉발된 '미투'는 고은(85) 시인, 연출가 이윤택·오태석 씨 등 문화예술계 유명인사들이 연이어 가해자로 지목되면서 우리 사회를 강타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던 고은 시인은 최영미 시인(57) 등의 구체적인 폭로에도 아직 침묵하고 있다. 이윤택 씨는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열어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을 상대로 한 성 추문을 사과했지만 "성폭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리허설까지 한 거짓 사과다" "성폭행을 하고 낙태까지 시켰다"는 증언이 곧바로 터졌다. 배우 조민기 씨에 대해서도 대학교수라는 지위를 이용해 여대생들을 성희롱하거나 성추행했다는 '미투' 폭로가 있었다. 조 씨는 혐의를 부인하다 27일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제 잘못입니다"라고 사과문을 냈다. 또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인 수원교구의 한 주임신부가 2011년 해외선교지에서 여성 신도를 성폭행하려 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최근 피해자와 신자들에게 서한을 보내 사죄했다고 한다.

그동안 민간의 '미투 운동'과 거리를 둬왔던 정부도 문재인 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인다. 문 대통령은 2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피해 사실을 폭로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경의를 표하며 미투 운동을 적극 지지한다"면서 사법당국의 적극적인 수사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의 폭로가 있는 경우 형사 고소 의사를 확인하고, 친고죄 조항이 삭제된 2013년 6월 이후의 사건은 피해자의 고소가 없더라도 적극적인 수사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검찰과 경찰도 적극적으로 호응할 태세다. 검찰의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 회복 조사단'은 재직 시절 후배 여검사 등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 A 씨를 피의자로 입건해 다음 주 소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도 '미투' 등으로 성폭력 혐의가 폭로된 유명인 19명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고 한다. 검찰과 경찰은 '미투'에 쏠린 사회적 관심과 중요성을 고려해 철저한 수사로 진상을 규명하고 혐의가 입증된 가해자는 마땅히 엄벌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성폭력 범죄로 300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은 공무원을 즉시 퇴출할 수 있게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27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공부문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강력한 엄단부터 시작해 사회 전반의 성차별적 권력구조를 개선해 나가겠다"면서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근절 보완대책'을 발표했다. 여성가족부·기획재정부·교육부·행정안전부·인사혁신처 등 정부 관련 부처들이 합동으로 마련한 대책에는 3월부터 100일간 공공부문 '성희롱·성폭력 특별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정부가 민간 부문의 '미투 운동'에 호응해 이런 대책을 내놓은 것은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민간 부문을 중심으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자정노력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조력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성폭력은 인간성을 부인하는 반인륜적 범죄다. 성폭력 피해자는 평생 씻을 수 없는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안고 살아야 한다. 성폭력 가해자는 어떤 경우에도 사회에 발붙일 수 없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건강하고 인간성이 존중되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미투 운동'을 음모론이나 '진영 논리'로 보는 일각의 엉뚱한 문제 제기는 심히 유감스럽다. 방송인 김어준 씨가 최근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미투 운동을 공작에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을 야기한 것은 경위야 어쨌든 부적절했다. 진보진영이건 보수진영이건 '미투 운동'의 본질을 훼손하는 과도한 정치적 해석이나 발언을 삼가야 한다. '미투 운동'이 인간의 존엄성을 되돌아보고 우리 사회의 도덕률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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