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통상압박 강화 시 자동차·철강 타격"
"GM·美통상압박은 경제 하방 리스크…주의깊게 볼 것"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GM 군산공장 폐쇄나 미국의 통상압박 강화는 (한국 경제) 성장의 하방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라며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 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근 GM 군산공장 폐쇄와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에 대해 이 같은 견해를 밝혔다.
그는 "군산공장은 현재 가동률이 상당히 낮아 공장 폐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숫자로 따지면 제한적"이라며 "미국 세이프가드 발동 등이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숫자로 보면 현재로서는 그리 크다고는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사태가 확대될 경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총재는 "군산공장에 그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확대되거나 통상압력이 지금 품목에 국한되지 않고 주력 품목으로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경제주체의 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상압박이 강화되면 한두 가지 업종이 아니라 많은 산업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미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와 철강을 타격받을 대표적인 산업으로 꼽았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 가능성이 커졌지만 당장 자본유출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한국의) 외환보유액이 상당한 수준이며 경상수지도 상당폭 흑자 지속해 대외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하다"며 "외국인 채권 자금 중에서 소위 장기투자 행태 보이는 공공자금 비중이 높다"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50%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인 1.25∼1.50%의 상단과 같은 수준이다. 연준이 올해 세 차례 인상을 예고한 바 있어 시장에서는 조만간 한국과 미국 간 금리가 역전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 김동연 부총리가 일자리 대책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언급했는데 추경 편성하더라도 금리 정상화 가능한가. 한국은행의 정부정책 공조 방법은.
▲ 정부가 일자리 확대를 위해 추경을 편성하더라도 현재 통화정책 기조와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했지만, 현재 통화정책 기조는 여전히 성장세 뒷받침할 수 있는 완화적인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앞으로 통화정책은 물가, 금융안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운영하되 정부의 정책 효과도 같이 살피면서 펴나갈 계획이다. 한국은행은 현재 금융중개지원대출 제도 가운데 '신성장·일자리지원 프로그램'을 실효적으로 운영해 정부 일자리 정책과 조화를 이뤄나가겠다.
--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가능성과 한국물 투자 매력에 대한 견해는.
▲ 한국과 미국 간 금리가 역전돼도 당분간은 외국인 증권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우선 외환보유액이 상당한 수준이며 경상수지도 상당폭 흑자 지속하는 점 감안하면 한국의 대외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하다. 또 외국인 채권 자금 중에서 소위 장기투자 행태 보이는 공공자금 비중이 높다.
지난해 8월 지정학적 리스크 이후로 외국인 자금이 유출했지만, 그 후로 안정적 흐름 보인다는 점이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등 여러 상황 감안할 때 국내 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는 계속 양호한 것으로 판단한다.
-- 미국 금리 인상 횟수가 3차례에서 4차례로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 많은데 어떻게 보는가. 이에 따른 한국은행의 금리 움직임은.
▲ 미국의 금리 인상 경로를 가늠해볼 수 있는 기준은 연준 위원들의 닷차트(점도표)다. (점도표를 보면) 현재 3회 인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물론 최근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력 높아지면서 금리 정상화 속도가 빠를 수 있다는 예상이 종전보다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닷차트 가지고 말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적절한 것이 아닌가 싶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연계해서 한국은행 금리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통화정책 방향은 미국의 금리 인상을 포함해 경기, 물가 상황에 따라 종합적 판단해 결정할 것이다.
-- GM 공장 폐쇄와 미국 통상압박이 국내 어떤 영향 미치는지.
▲ 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이 됐고 미 행정부 통상압박 확대되고 있어 우리 경제 영향 큰 것이 사실이다. 군산공장의 경우 현재 가동률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 공장 폐쇄가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숫자로 따지면 제한적이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미국에서 취하는 여러 조치, 세이프가드 발동 강화 조치 등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도 숫자로만 놓고 보면 그리 크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이 두 가지 사안이 군산공장에 그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확대되거나 통상압력도 지금 품목 국한하지 않고 주력 품목에까지 확대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경제주체 심리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행정부 통상압박은 앞으로 전개 추이를 주의 깊게 보겠다.
-- GM으로 성장률 전망 하향 불가피한 것 아닌가. 가장 먼저 통상압박 타격 산업은?
▲ 군산공장 폐쇄나 통상압박은 성장 하방 리스크 높이는 요인이다. 그것을 수치로 환산해보면 저희가 발표한 성장률을 조정해야 할 상황까지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전개 방향과 추이 지켜보면서 성장률에 반영할 상황이 되면 반영해 말하겠다. 통상압박이 강화되면 한두 업종뿐만 아니고 많은 산업에서 부정적 영향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단 쉽게 생각하면 미국에 대한 대미 수출 비중에 높고 대미 무역 흑자가 큰 그런 업종이 타격받지 않을까 한다. 자동차와 철강이 대표적인 품목 지목할 수 있겠다. 통상 정책 방향 면밀히 보고 판단하겠다.
-- 1년물 스와프 포인트(현물환율과 선물환율의 차이)가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인데 이게 자연스러운 것인가.
▲ 1년물 스와프 포인트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한 것은 사실이다. 내외 금리 차 축소 또는 역전에 주로 기인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험사 비롯해 기관 투자자 등의 해외 투자 확대로 환 헤지 수요가 늘면서 스와프 자금의 수요가 항상 우위를 보이는 상황이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심리적 쏠림도 가세한 측면이 있다.
-- 소비자 물가 상승률 전망을 낮췄는데도 1월 물가상승률이 1.0%로 낮게 나왔다. 수요 측면 인플레 상당히 낮은 것이 아닌가.
▲ 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0%로 낮아졌다. 주된 요인으로 보면 축산물 가격이 하락했고 실손 보험료 동결에 기인했다. 다시 말하면 기상변화와 같은 일시적 유인과 기저물가 측면에서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소비자 물가 흐름을 예상하면 기저효과 때문에 당분간 낮은 상승률 보이겠으나 하반기로 가면서 경기성장세 지속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점진적이겠으나 (상승) 압력은 차차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 올해가 한계기업 구조조정 적기라고 했는데 고용시장 상황도 보면 좋지 않다. 여전히 적기로 보나.
▲ 제가 말한 구조조정은 업황이 나쁘거나 경쟁력 없는 기업 일시에 문을 닫게 해 실업자 양산하는 것이 아니고 비효율적 부문에 가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효율적인 부문으로 재배치하는 것이다. 장기 성장 기반을 다진다는 측면에서는 이 같은 구조조정 지속돼야 한다고 본다. 실물 경제 상황이 전체적으로 양호하고 금융 측면에서 이렇다 할 요인이 크지 않은 것을 보면 구조조정은 꾸준히 추진해나가야 한다.
-- 소비자 심리지수가 석 달째 하락하고 있다. 소비는 이미 위축으로 진행되는 것 아닌가.
▲ 소비 동향을 보면 외국인 관광객 축소 영향에 따라 일시 월별 변동이 있지만, 꾸준히 회복세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 심리지수도 기준치는 상회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앞으로 전체적으로 성장세 이어지고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소비는 완만하지만 개선될 것으로 예상한다.
-- 근로시간 단축이 기업 부담, 성장률에 어떤 영향을 주나.
▲ 근로시간 단축은 두 가지 효과가 있다. 우선 장시간 노동에 의존하는 생산 관행 개선 효과가 있다. 노동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 감안하면 개선 효과가 분명 있을 것으로 본다. 또 대체 고용을 창출하는 효과도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도 기존 근로자 임금 수준이 그대로 유지된다고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특히 초과 근무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체 입장에서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
-- 평창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 지난달 조사국에서 경제전망을 할 때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가 1분기 성장률을 0.1%p 올릴 것으로 봤다. 정부 측 의견 들어보니 우리 전망할 때 파악하지 못한 대회운영 경비 9천억원이 있다. 이를 감안하면 전망했던 것보다 수치가 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효과를 정확히 계측할 수는 없지만, 추가적인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한국은행이 감안했던 올림픽 효과가 정부에서 발표한 효과와 큰 차이가 없다.
-- 내외금리 차 1%까지 벌어질 경우 자본유출 가능성은.
▲ 현재 연준 금리 상단과 우리 (금리)가 같은 수준이다. 시장 예상대로 미국이 3번 올리고 금통위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역전까지는 갈 수 있다. 그러나 아까 말했듯 자본유출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최근 채권 자금의 경우 계속 순유입되고 있는 점 볼 때 자본유출 크지 않을 것이다. 어느 수준에 가면 어떻게 될지는 예단하기 어렵고 연준의 금리 조정이 있거나 금리 결정할 때 유심히 살펴보고 정책 운용하겠다.
heev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