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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세상과 맞서는 딸 잃은 엄마의 사투…영화 '쓰리 빌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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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세상과 맞서는 딸 잃은 엄마의 사투…영화 '쓰리 빌보드'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미국 미주리주의 한 마을.
7개월 전 딸을 끔찍하게 잃은 엄마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 분)는 마을 외곽에 버려져 있다시피 한 3개의 대형 광고판을 임대해 이런 문구를 게시한다.
"내 딸이 강간당하며 죽었다"
"아직도 범인을 못 잡은 거야"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월러비(경찰서장)?"
범인을 잡지 못한 채 딸의 사건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사그라들자 경찰을 상대로 도발한 감행한 것이다.
이 광고판은 언론의 조명을 받게 되고, 마을 주민들로부터 존경을 받던 경찰서장 월러비(우디 해럴슨)와 그의 부하 딕슨(샘 록웰)은 난처한 상황에 놓인다.
엄마의 슬픔에 공감했던 마을 사람들도 "이건 좀 심했다"며 일제히 밀드레드에게서 등을 돌린다. 경찰은 밀드레드가 광고 문구를 내리도록 온갖 치사한 방법을 동원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였지만, 밀드레드의 신념과 의지는 더욱 단단해진다.



영화 '쓰리 빌보드'는 딸을 잃은 엄마가 범인 추적에 소홀히 하는 경찰을 상대로 벌이는 사투를 그린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언뜻 복수극이나 추적 스릴러처럼 보이지만, 장르는 아이러니하게도 블랙 코미디다.
극 기저에 깔린 정서는 깊은 슬픔이지만, 상황과 대사가 주는 웃음이 곳곳에 배치돼있다.
영화는 밀드레드를 중심으로 전반에는 월러비와의 대립, 후반에는 딕슨과 대립 구도로 이뤄져 있다. 또 그사이 사이에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면서 예측불허의 에피소드가 전개된다.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입체적이고 복합적이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해 누구를 일방적으로 응원하기도, 미워하기도 어렵다.
월러비는 처음에는 무능한 경찰서장으로 비친다. 하지만 범인을 잡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성품 역시 바르다. 더구나 불치병에 걸려 시한부 삶을 살고 있다. 비극의 무게를 따질 수 없지만, 마을의 여론은 월러비쪽으로 기운다.



딕슨의 캐릭터 역시 종잡을 수 없다. 악역이긴 한데, 어리숙하고 순진한 구석마저 있다. 경찰이면서 폭력과 협박을 일삼지만, 경찰서장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엄마의 말은 곧잘 듣는 '마마보이'다.
밀드레드 역시 단선적인 인물이 아니다. 딸을 잃고 마음이 황폐해질 대로 황폐해진 그는 분노와 슬픔, 회한 등 다양한 감정을 보여준다.
그렇다고 전형적인 어머니상은 아니다. 딸의 진범을 찾는 데만 정신을 쏟는 그는 광고판 문구 때문에 괴로워하는 아들은 외면한다. 또 말끝마다 악에 받친 욕설과 독설로 사람들을 진저리치게 한다. 딸 생전에도 마찬가지였다. 차를 가져가겠다는 딸에게 모질고 험한 말을 내뱉더니, 그 말은 비수로 돌아와 그의 가슴에 박힌다.
"분노는 분노를 낳는다"는 극 중 대사처럼, 영화 속 인물들은 저마다 분노에 휩싸여있다. 이들은 분노를 풀 대상을 찾아 사적 복수에 나서고, 복수는 또 다른 분노를 불러온다. 예컨대, 마을의 치과의사는 경찰서장을 곤경에 빠뜨린 밀드레드에게 치과 도구로 소심한 복수를 시도한다. 월러비 역시 밀드레드에게 광고판을 빌려준 광고업자를 찾아가 2층 창문 밖으로 그를 내던진다.



영화는 다양한 인간군상과 함께 무능한 공권력은 물론 인종차별과 폭력, 여성과 소수자에 대한 편견, 심지어 성직자의 성 추문까지 미국 사회 전반의 문제점을 짚는다. 밀드레드는 "경찰이 흑인을 고문하느라 딸의 범인을 쫓을 시간이 없다"고 비꼰다. 가볍게 훑고 지나가는 듯 보이지만, 문제의식은 절대 가볍지 않다.
이 영화는 다음 달 4일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작품상과 각본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악상 등 주요 6개 부분에서 7개 후보를 배출했다. 특히 밀드레드 역을 맡은 프랜시스 맥도먼드는 여우주연상 수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그의 카리스마 넘치면서도 절제된 연기는 시종일관 스크린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월러비 역의 우디 해럴슨, 딕슨 역의 샘 록웰도 나란히 남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한 작품에서 두 명의 남우조연상을 배출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킬러들의 도시' (2008), '세븐 싸이코패스'(2012)의 마틴 맥도나 감독의 연출작이다.
fusionj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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