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는척 해달라더니…" 차값 다 내고도 빚갚는 BMW 소비자들
피해자들 "판매사와 대출해준 BMW 자회사가 책임져야"…금감원에 진정 제기
(서울=연합뉴스) 권영전 기자 = 서울에 사는 A씨는 지난해 3월 1억 2천만원을 주고 BMW 차량을 구매했다.
딜러는 현금으로 대금을 완납하고 차량도 인수한 A씨에게 '좋은 가격 조건에다 옵션까지 넣어줄 테니 내 실적에 도움이 되도록 몇 달만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이하 BMW파이낸셜)의 대출을 이용하는 척해달라'고 요청했다. BMW 차량 구매자에게 부족한 돈을 대출해주는 업체인 BMW파이낸셜은 BMW의 100% 자회사다.
A씨는 대출금이 딜러의 소속 판매사 법인계좌로 들어간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에 동의했다. 대출은 약 한 달 뒤 이뤄졌다. 딜러는 약속대로 몇 달간 대출금을 갚았지만, 올해 초부터는 상환이 끊겼다.
지난해 6월 8천만원을 주고 같은 딜러에게서 차량을 산 B씨도 동일한 요청을 받고 이를 받아들였지만, 역시 올해 초부터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았다.
독일 자동차 BMW 국내 공식 판매사(딜러사)의 돌려막기식 대출에 일부 고객들이 차량 대금을 모두 지불하고도 빚을 갚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들은 현금 등으로 차량 대금을 완납하고도 실적을 이유로 딜러가 '대출을 이용하는 척해달라'고 요청하자 이를 받아들였다가 자신이 쓴 적도 없는 빚을 지게 됐다.
피해자들은 같은 피해를 본 사람들이 현재 확인된 숫자만 15명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한 사람당 1천만∼2천500만원의 대출금을 갚고 있다. 모두 합하면 2억원 안팎이 된다.
이들은 차량이 저당 잡힐 것을 우려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이 쓰지도 않은 대출금을 갚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은 딜러가 이전 고객에게 할인해준 금액 등을 다음 고객의 대출금으로 메우는 편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딜러는 이와 같은 방법으로 차량을 판매해 BMW코리아가 최우수 딜러에게 시상하는 'BMW 프리미엄 클럽'으로 수년 연속 선정됐다.
그러나 이와 같은 행위가 금융 관련 부정이라고 판단한 소속 판매사 한독모터스가 딜러를 회사에서 내보내면서 문제가 생겼다. 새 고객을 유치할 수 없게 된 딜러가 대출금을 못 갚게 된 것이다. 판매사는 딜러를 경기 성남 분당경찰서에 고소했다.
쓴 적도 없는 빚을 갚게 된 피해자들은 문제 해결을 요구했으나 판매사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A씨는 "한독모터스는 딜러가 잘못한 일이니 딜러와 직접 해결하라고 하고 있다"며 "우리가 딜러를 통해 계약한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 우리는 판매사와 계약을 한 것이니 판매사가 우리에게 먼저 배상을 하고 딜러에게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문제가 된 딜러는 "내 잘못은 인정하지만, 회사(판매사)가 나에게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것은 부당하다"며 "수년간 같은 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는데 고객 납입금과 BMW파이낸셜의 대출금은 모두 회사의 법인계좌로 납입돼 회사가 모를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딜러는 또 돈이 모두 회사 법인계좌로 들어가기 때문에 자신이 가로챈 돈은 한 푼도 없어 횡령 혐의는 부당하다고도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BMW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가 차량 대금이 완납되고 차량이 인수됐다는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고 대출을 승인하고 차량에 근저당을 설정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감독원에 이와 같은 내용으로 진정을 제기했고, 조만간 경찰에도 고소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BMW 측에 관련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이와 관련해 BMW코리아는 27일 "BMW파이낸셜은 고객 개인이 아니라 판매사에 대출을 해주기 때문에 고객 개개인의 계약 상황을 알 수 없어 판매사와 딜러를 믿고 대출을 해줬을 뿐"이라며 "고객들의 불편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한독모터스 관계자는 "현금을 완납한 고객이 무슨 이유로 대출을 받았는지 이유가 파악되지 않는다"며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려 조처를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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