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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꼬리 무는 검찰 비리, 개혁 요구 거세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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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꼬리 무는 검찰 비리, 개혁 요구 거세질 만하다

(서울=연합뉴스)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이 26일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한 장례식장에서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아울러 사과를 요구하는 서 검사에 대해 2014년∼2015년 부당한 사무감사를 하고, 서 검사가 통영지청으로 발령 나는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의혹도 있다. 이런 의혹은 지난달 말 서 검사의 폭로로 드러났고, 이후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 분야의 '미투'(me too. 나도 당했다) 폭로로 번졌다.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은 공소시효가 지났다. 하지만 서 검사의 인사에 개입한 의혹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 검찰 내 성범죄를 전수조사 중인 검찰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두 명의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소속 김모 부장검사를 구속기소 했다.

검사 비리가 성범죄에만 그치는 건 아니다. 최근에도 현직 검사 2명이 고소인과 수사 대상자 등에게 수사기밀을 유출한 정황이 내부 감찰에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이 중 한 검사는 서울서부지검 공판검사로 일하면서 상관인 모 부장검사의 전화를 받고 구속된 최모 변호사한테 자료를 건네준 혐의를 받는다. 넘긴 자료에는 최 변호사가 고소한 상대방의 구치소 접견 기록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들 검사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이 '긴급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기각했다. 하지만 범죄 수사의 주체인 검사가 수사 대상자 등에게 수사기밀을 유출했다는 점에서 검찰의 공직기강 이완과 도덕적 해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과정에서 외압 행사 의혹을 받는 담당 검사와 수사 관계자 6명도 사무실 압수수색을 당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적폐수사가 전방위로 진행되면서 검찰의 비리와 비위도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국가정보원 파견 검사들이 '댓글 사건' 수사를 방해한 일이 적발된 작년 10월 이후 검찰 수사를 받았거나 수사 대상에 오른 검사만 10여 명에 달하고, 검찰이 검사나 검찰 조직 내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도 10여 회에 이른다.

최근 잇따라 드러난 검찰 내부 비리는 그동안 자정과 쇄신 노력을 게을리했던 검찰 조직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검찰이 조직의 치부를 드러내고 자기 식구에게 사정의 칼날을 겨누는 배경에는, 검찰 개혁이 새 정부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상황에서 검찰도 변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 같다. 과거에는 검찰 내부의 비리나 비위가 드러나도 아예 통째로 덮거나 일부 관련자만 처벌하고 수사를 끝내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런 구태의연한 처리 방식으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 내부 비리에 대해 엄정한 수사와 가혹할 정도의 처벌로 자정 풍토를 확산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 개혁 과정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도 어려워질 것이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더 강한 개혁의 대상이 돼야 하는 게 지금 검찰의 처지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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