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잡기 너무 힘들어요"…과도한 전자기기 사용 탓
(서울=연합뉴스) 이경욱 기자 = 펜과 연필을 쥐는 데 어려움을 겪는 영국 어린이들이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터치스크린 휴대전화와 태블릿PC 등 전자기기를 지나치게 사용하는 탓이라고 전문가들이 경고했다.
전자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하다 보면 연필을 쥘 수 있는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견해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5일(현지시간) 전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트러스트(Trust)인 영국심장재단 책임 소아치료전문사 샐리 페인은 "요즘 어린이들은 10년 전 어린이들과 달리 손 근육을 단련시키거나 손재주를 지니지 못한 채 등교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페인은 "어린이들이 물론 연필을 갖고 학교에 오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동작기술성을 갖추지 못해 연필을 제대로 잡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필을 쥐고 뭔가를 하려면 손가락 근육을 제대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이런 동작기술성을 개발시키는 기회를 더 많이 가져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페인은 놀이의 성격이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블록 쌓기나 자르기, 붙이기, 장난감 다루기 등 근육을 키우는 놀이를 하도록 하는 것보다 어린이들에게 그냥 아이패드를 쥐여주는 게 편하다"고 주장했다.
올해 6세 된 패트릭은 전문 치료사로부터 6개월째 치료를 받고 있다.
연필을 바르게 쥘 수 있도록 집게손가락 근육을 강화하는 훈련이다.
패트릭의 어머니 로라는 "돌이켜보면 아들에게 장난감 등 전통적인 놀이 재료 대신 전자기기를 주고 놀라고 했다"며 "아들이 학교에 갔을 때 막대기를 쥐는 것처럼 연필을 잡는다는 우려를 들었다"고 후회했다.
로라는 "학교 측에서 아이의 문제점을 잘 짚어줘 이제는 집에서 연필 잡기 훈련을 시킨다"고 말했다.
국립손글씨협회(NHA) 부회장인 소아치료전문사 멜리사 프런티는 손 글씨를 어려워하는 어린이들을 훈련하고 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어린이가 과도한 전자기기 사용 탓에 글씨를 늦게 쓰게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런티는 초등학교 과정에는 손글씨 쓰기 과정이 개설돼 있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태블릿PC와 연필을 함께 쓰도록 하고 있다면서 어린이가 집에서 전자기기를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왕립직업치료사대학(RCOT) 카린 비숍은 "기술이 세상을 바꾸고 있고 어린이들도 자라난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며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데 따른 긍정적인 측면이 많겠지만 어린이가 능동적으로 육체 활동하지 않고 집 안에서 전자기기를 더 사용하는 데 따른 부작용도 있다"고 말했다.
kyung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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